낭만 시대의 거물이었던 로베르트 슈만은 선배 체르니를 '상상력, 영감이 결여된 작품을 마구 생산해내는 피아노 선생'이라 평하였고, 음악적 자존심이 대단했다 전해지는 쇼팽은 선배 체르니를 '나 못잖은 천재'라 평했습니다. 피아노라는 악기를 중심으로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곡, 교회음악에까지 방대한 작품들을 써낸 체르니의 작품세계는 사실상 '사장'되었다고 해도 될 만큼 대부분이 묻허버렸고, 현대에까지도 발굴된 작품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수많은 교회 음악 또한 작곡했으나 현대에 자료가 남은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교수답게, 피아노가 구성에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작품을 주로 썼으며, 연습곡들이 작품세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미 연습곡을 넘어 예술의 차원에 이르렀던 바흐의 '연습곡집' 등을 제외한 그야말로 '에튀드'로서 순수 예술의 경지에 처음 이른 작곡가는 쇼팽이겠지만, '에튀드' 장르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안에 예술에의 추구를 담아낸 원조는 체르니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 연습했던 그의 연습곡들을 온라인 상 자료나 혹은 연주회장에서 피아니스트의 연구와 예술성이 들어간, 작품으로서의 연주로 듣는다면 우리는 30번을 떼고 40번으로 가기 위해 기계처럼 연습하던 때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한껏 발견할 것입니다.

체르니의 음악은 여느 오스트리아 작곡가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그들만의 '따뜻함'을 담고 있습니다. 평생을 독신이자 내향적 인간으로 살았으나 그의 음악에선 모차르트의 천진함을 느낄 수 있고, 쇼팽의 서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리스트의 정서 역시 강하게 담고 있으나, 정확히는 리스트가 체르니의 정서를 계승해 담아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세계를 연구할 때 그의 주 분야였던 연습곡들은 도리어 음악적으로 완전한 면들을 보이나, 기타 작품들을 두고는 '과장되었다'라 평할 만한 지점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바흐의 평균율을 오마주한 '48개의 프렐류드와 푸가' 역시 혹자들은 걸작으로 평하기도 하나, 혹자들은 그의 과장되어 있는 음악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장'이라는 것은 음악의 한 흠결에 해당할 뿐, 평가절하 당해왔던 그의 음악성을 그대로 폄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그는 바흐의 음악에도 큰 공을 세웠는데, 그의 작품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수많은 악보들을 교정해냄으로써, 후대에 바흐 작품을 연구하고 연주하는 데에 큰 기여를 남겼습니다.

 

https://www.allmusic.com/artist/carl-czerny-mn0001168110/compositions
체르니 작곡 연도별 작품목록 및 음반 링크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ompositions_by_Carl_Czerny
작품번호(Opus)가 매겨진 체르니의 모든 작품 목록

 

피아니스트 김별

- 개인 소극장콘서트 <마음 연주회> 205회 (2018.03.17)

- 건국대병원 <정오의 음악회> 고정 연주 (201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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