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스.

세파에 지친 한 죄인의 고해성사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은 처연한 멜로디와 슬픈 노랫말로 오랫동안 큰 인기를 누려온 팝의 고전이다. 미국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화자는 잘못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회한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동시에 도박꾼 아버지를 거론하며 이런 불행한 가정환경이 자신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절대 자신처럼 죄악을 저지르며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Rising sun blues'란 제목으로도 알려진 바 있는 이 곡은 대개의 민요가 그렇듯 구전을 통해 전해 내려온 탓에 오리지널 작사/작곡가를 알 길이 없다. 대부분의 음악역사 연구가들은 이 곡의 멜로디가 18세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빅토리아 시대 이전 영국 이민자들을 통해 흘러들어와 '미국 민요'(American Traditional)의 형태를 띠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 노래를 가장 크게 히트시킨 영국 블루스 록그룹 애니멀스(Animals)의 키보디스트 앨런 프라이스(Alan Price)는 이 곡이 16세기 런던 웨스트엔드에 존재했던 한 사창가 창녀의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프라이스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으나. 분명 원래 노랫말은 사창가 여인과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다. 애니멀스의 버전은 화자가 남자로 돼 있지만, 여가수들 대부분과 밥 딜런이 부른 버전엔 여자가 화자로 등장한다. 애니멀스 버전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는 도박꾼 아버지다. 딜런 등의 버전에선 알코올중독자인 남자친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My sweetheart, he's a drunkard. He drinks down in New Orleans.”(내 남자는 술고래죠. 그는 뉴올리언즈에서 술만 마시고 있어요.) “It's been the ruin of many a poor boy.”(그 곳은 수많은 불쌍한 소년들을 망가뜨린 곳이다.)도 딜런 등의 다른 버전에 실린 “It's been the ruin of many a poor girl.”(그 곳은 수많은 불쌍한 소녀들을 망가뜨린 곳이다.)란 가사와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애니멀스 버전에서 화자는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게 자식들을 자신처럼 키우지 말라고 당부한다.(Oh mother tell your children not to do what I have done.) 그런데 딜런 등의 버전에선 화자인 여인이 누군가에게 자기 여동생에게 가서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얘기해달라고 한다.(Go tell my baby sister never do like I have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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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se of the rising sun'(해 뜨는 집)이 도대체 어딜 뜻하느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한다. 첫째는 유곽이란 주장이다. 실제 1862년부터 1874년까지 마리앙 르솔레이 르방(Marianne LeSoleil Levant)이란 마담이 운영하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이란 사창가 집이 뉴올리언즈 세인트루이스가에 존재했다. 그녀의 이름 솔레이(Soleil)는 불어로 '햇빛', '태양'을 뜻한다.

'Ball and chain'(족쇄)이란 표현 때문에 유곽이 아니라 교도소를 뜻한다는 주장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뉴올리언즈에는 2백년 이상 된 '올린즈 패리시 교도소'(Orleans Parish women's prison)가 있는데, 정문에 떠오르는 태양이 담긴 예술품이 걸려있다고 한다. 이 주장에 의하면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은 한 젊은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폭행한 노름꾼 아버지를 살해하고 감옥에 수감되며 부른 노래란다. 하지만 'ball and chain'을 꼭 죄수가 차는 '족쇄'가 아니라 '삶의 무게' 정도의 은유적 의미로 해석한다면 꼭 교도소가 될 필요는 없다.

어쨌든 모든 걸 종합해 보면 이 곡은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다시 뉴올리언즈 사창가로 돌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적합할 듯하다. 하지만 이 노래의 여러 버전 중 가장 크게 히트한 것은 족쇄를 찬 채 교도소로 향하는 남성이 화자인 애니멀스 버전이다. 가장 오래된 리코딩은 클래런스 '탐' 애쉴리(Clarence 'Tom' Ashley)와 그웬 포스터(Gwen Foster)의 밴조와 하모니카 연주가 실린 1934년 버전이다. 애쉴리는 자신의 할아버지로부터 이 곡을 들었다고 한다.

애니멀스의 버전은 그들의 유일한 넘버원 히트곡으로 1964년 미국과 영국 차트를 모두 석권했다.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기에 편곡을 맡은 프라이스가 저작권을 독차지했다. 애초 이 노래를 매우 좋아했던 보컬리스트 에릭 버든(Eric Burdon)은 전혀 저작권 수익을 받을 수 없는 것에 화가 나 여러 차례 공연에서 이 곡을 매우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자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은 무너진 인간의 삶이 얼마나 처절한가를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너무도 가슴 아프기에, 너무도 따스한 위로로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름다운 노래다.

 

There is a house in New Orleans
They call the Rising Sun
And it's been the ruin of many a poor boy
And God I know I'm one


뉴올리언스에
해 뜨는 집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 곳은 수많은 불쌍한 소년들을 망가뜨린 곳
나도 그 중 하나임을 신은 아십니다


My mother was a tailor
She sewed my new blue jeans
My father was a gambling man
Down in New Orleans


나의 어머니는 재단사 
내게 새 청바지를 만들어 주셨지요
나의 아버지는 
뉴올리언즈의 도박꾼이었어요.


Now the only thing a gambler needs
Is a suitcase and trunk
And the only time he's satisfied
Is when he's on a drunk


도박꾼에게 필요한 건
단지 여행 가방뿐
그가 유일하게 만족할 때는 
술에 만취했을 때였죠


Oh mother tell your children
Not to do what I have done
Spend your lives in sin and misery
In the House of the Rising Sun


어머니여, 당신 자식들에게 말해주세요
나와 똑같은 짓을 저지르지 말라고
죄악과 불행 가운데 살지 말라고
해 뜨는 집에서


Well, I got one foot on the platform
The other foot on the train
I'm going back to New Orleans
To wear that ball and chain


한쪽 발은 플랫폼에
다른 한쪽은 기차에 딛고서
뉴올리언스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 족쇄를 차기 위해


Well, there is a house in New Orleans
They call the Rising Sun
And it's been the ruin of many a poor boy
And God I know I'm one


뉴올리언스에
해 뜨는 집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 곳은 수많은 불쌍한 소년들을 망가뜨린 곳
나도 그 중 하나임을 신은 아십니다

 

“It's been the ruin of many a poor boy.”에서 평상시 잘 볼 수 없는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분명 'many poor boys'(많은 불쌍한 소년들)라고 해야 할 텐데 문법적 기본을 무시한 채 'many a poor boy'라고 쓰고 있다. 직역하면 '많은 하나의 불쌍한 소년'이 되는 이 표현, 틀린 것일까? 아니면 용납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이 빈번하진 않으나 문법적으로 용납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뜻도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 조금 차이가 있다면 'many a poor boy'라고 하는 게 좀 더 강조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많은'보다 '아주 많은' 정도로 의미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쓰는 경우에 꼭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복수를 표현할 때 'a'를 쓰는 경우에는 꼭 명사를 단수로 써야 한다는 점이다. 위 경우에 만약 'many a poor boys'라고 하면 문법상 큰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경우를 통해 좀 더 이해를 돕도록 하자. “모든 남자들이 그녀와 사귀고 싶어 안달이 났다.”의 두 가지 다른 표현이다. 물론 둘 다 같은 뜻이다.
- Many a man are dying to go out with her.
- Many men are dying to go out with her.

“And God I know I'm one.”은 신에게 내가 알고 있단 사실을 알아달라고 울부짖는 느낌이다. 미국은 유럽에서부터의 기독교 영향으로, 신앙의 소유와 관계없이 사람들은 무언가를 강조할 때 '하나님', '예수님'(Jesus), '주님'(Lord) 등의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이런 표현들이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것을 강조할 때 쓰이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예를 들어 무언가에 실패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Oh God!”, 또는 “For Chrissake!”, “Jesus Christ!”라고 즐겨 말한다.

“Spend your lives in sin and misery.”에서 'spend the life'는 '인생을 낭비하다' 보다는 '인생을 살다'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만약 누군가가 “I want to spend my life with you."라고 했다면 그건 ”난 너와 인생을 낭비하고 싶어.”가 아니라 “난 너와 인생을 함께하고 싶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프러포즈 할 때 많이 쓴다. 그 외에 'spend'가 사용되는 경우를 살펴본다.
1. He spends his allowance too fast. (그는 용돈을 너무 빨리 써버린다.)
2. Can you spend the weekend with me? (나와 주말에 함께 할 수 있어?)
3. Time and money were well spent on this trip. (이번 여행에서 시간과 돈을 적절하게 잘 썼다.) 

“I got one foot on the platform and the other foot on the train."은 말 그대로 한쪽 발을 기차에 올려놓은, 막 타려는 상황을 말한다. 그런데 왠지 이 모습을 상상할 때 차마 발걸음이 떼지 못하는 망설임과 회한 등이 연상된다.

'Ball and chain'은 죄수들의 발을 묶은 쇠사슬에 금속 공을 부착한 족쇄를 말한다. '물리적 구속'뿐만 아니라 '정신이나 영혼의 속박' 등의 의미가 있고, 심지어 나를 못 살게 구는 아내나 여자 친구를 칭하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세 가지 다른 예를 살펴보자,
1. I'll get out of this ball and chain some day. (난 언젠가 이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다.)
2. Not long ago, prisoners were forced to wear a heavy ball and chain.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죄수들은 무거운 족쇄를 차야했다.)
3. I really wanted to go out with my friends last night, but my ball and chain wouldn't let me go. (어젯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마누라가 못 나가게 했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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