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이.

지난 2004년 미국 내 진보주의자들은 조지 부시 주니어 정부에 대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 테러사건)에 이어 이라크 전쟁까지 치른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진보주의자들에는 정권교체가 최대 과제였지만, 민주당 후보 존 케리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지지는 신통치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수주의자들을 결집했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애국심이었다. 이런 부시를 깔아뭉갤 곡을 만들고 싶어 안달하던 펑크록 그룹 그린 데이(Green Day)의 빌리 조 암스트롱은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서던 록그룹 레너드 스케너드의 노래 'That's how I like it'을 들었다. 평범한 미국 시골 남자(redneck)의 일상을 노래한 이 곡이 암스트롱의 심기를 뒤틀리게 만들었다.

“'레드넥으로 사는 게 자랑스럽다.'고? 정말 제 정신인가요? 그게 뭐가 자랑스럽다는 거죠? 내가 경멸하는 게 바로 그건데.”

(It was like, 'I'm proud to be a redneck' and I was like, 'oh my God, why would you be proud of something like that?' This is exactly what I'm against.)

'That's how I like it'은 “내 여잔 핫한 게 좋고, 맥주는 차가운 게 좋다.”(I like my women hot and my beer ice cold.)라고 말하는 개념 없는 가사로 만들어진 노래다. 암스트롱을 열 받게 한 건 “American Flag, it makes me proud.”(성조기가 날 자랑스럽게 하네.)란 가사였다. 노래 전체 그 어디에서도 인종차별을 직접 드러내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암스트롱은 위 가사에서 말하는 성조기가 백인 중심의 미국을 얘기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암스트롱에게 그런 미국은 바로 부시가 원하는 국가라고 여겨졌다.

암스트롱은 곧바로 'American idiot'을 만들었다. 공격 대상은 부시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부도덕한 미국의 미디어 집단에게도 융단폭격이 퍼부어졌다. 반정부적이며 반미적인 노랫말로 인해 'American idiot'도 곧바로 반대세력의 공격 대상이 됐다.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두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해지는 고도의 상업적 전략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며 평가절하 했다.

암스트롱은 부시를 비롯한 정치가들과 미디어 집단이 건방지게 미국 국민들의 정신과 생활을 지배하려 한다며 비난했다. 그는 정치인들의 선거 캠페인과 텔레비전을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광고들, 그리고 싸구려 리얼리티 쇼 등이 암암리에 미국인들의 영혼을 혼미하게 하고, 결국 그들을 '바보 같은 미국사람'(American idiot)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주장했다.

'American idiot'은 가장 먼저 부시에게 한 방을 날린다. 암스트롱은 백인만을 위한 부시 정부의 '레드넥 공약'(redneck agenda)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외친다. 정권의 실기로 인해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미움을 받으며 고립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암스트롱의 비판은 날카롭다.

“Welcome to a new kind of tension, all across the alien nation.”(낯선 나라에 새로운 긴장이 찾아왔지.)에서 'alien'과 'nation'을 합치면 'alienation'(멀리함)이 된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미워하는 현실을 의도하고 쓴 가사임을 알 수 있다.

미국사회의 그릇된 편견에 대해서도 암스트롱의 펀치는 빛을 발한다. “Maybe I'm the faggot America.”란 가사를 통해 소수자란 이유로 절대 핍박받아선 안 된다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암스트롱은 여러 차례 자신이 양성애자(bisexual)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아내 애드리엔과 두 아들을 낳으며 20년 가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American idiot'은 절대 정부와 미디어가 미국 국민 개개인의 주체성을 빼앗아가지 않도록, 그래서 바보가 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미디어가 선전하는 내용들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암스트롱의 이런 주장은 억지가 아니었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를 침공하는 명분으로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감추어두고 있다고 말했지만, 전후에도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후세인은 2006년 전범재판에 회부돼 사형선고를 받고, 그해 12월30일 처형됐다. 하지만 자기 국민들을 속인 부시는 2004년 재선돼 4년 더 대통령 행세를 했다.

 

Don't want to be an American idiot
Don't want a nation under the new media

And can you hear the sound of hysteria? 
The subliminal mind-fuck America


바보 같은 미국사람이 되기 싫어
새로운 미디어에 시달리는 나란 원치 않아
지금 이 광란의 소리를 듣나?
부지불식간에 남을 조종하는 사기꾼 미국


Welcome to a new kind of tension 
All across the alien nation 
Where everything isn't meant to be okay 
Television dreams of tomorrow 
We're not the ones who're meant to follow 
For that's enough to argue 


새로운 긴장이 찾아왔지
낯선 나라에
모든 것들이 문제투성인데
텔레비전은 내일을 꿈꾸네
우리가 그걸 따라갈 이유가 없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논쟁할 수 있잖아


Well, maybe I'm the faggot America 
I'm not a part of a redneck agenda 
Now everybody do the propaganda 
And sing along to the age of paranoia 


그래, 난 호모 미국 놈인지도 몰라
난 레드넥 공약에 찬성하지 않아
모두가 선전에 매달리네
그리고 피해망상의 시대에 맞춰 노랠 부르네


Welcome to a new kind of tension 
All across the alien nation 
Where everything isn't meant to be okay 
Television dreams of tomorrow 
We're not the ones who're meant to follow 
For that's enough to argue 


새로운 긴장이 찾아왔지
낯선 나라에
모든 것들이 문제투성인데
텔레비전은 내일을 꿈꾸네
우리가 그걸 따라갈 이유가 없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논쟁할 수 있잖아


Don't want to be an American idiot. 
One nation controlled by the media. 
Information Age of hysteria. 
It's calling out to idiot America. 


바보 같은 미국사람이 되기 싫어
미디어에 조종당하는 나란 원치 않아
광적 흥분의 정보화 시대에
바보 같은 미국을 향한 외침이여


Welcome to a new kind of tension. 
All across the alien nation. 
Where everything isn't meant to be okay. 
Television dreams of tomorrow. 
We're not the ones who're meant to follow. 
For that's enough to argue.


새로운 긴장이 찾아왔지
낯선 나라에
모든 것들이 문제투성인데
텔레비전은 내일을 꿈꾸네
우리가 그걸 따라갈 이유가 없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논쟁할 수 있잖아

 

“Don't want to be an American idiot.”에서 'idiot'은 '바보'란 뜻으로 비슷한 의미의 단어가 많다. 우선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로는 'fool'과 'stupid'가 있다. 위 세 단어보다 좀 더 모욕적 의미로 쓰이는 단어로는 'moron'과 'imbecile'을 들 수 있다. 거의 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The subliminal mind-fuck America'에서 'subliminal'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영향을 미치는'이란 뜻이다. 광고 용어로 'subliminal advertising'이란 게 있다.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미치는 광고'란 뜻이다. 비속어인 'mind-fuck'은 명사와 동사로 각각 쓰인다. 명사로는 '남을 조종하는 사람'이나 '사기꾼', 혹은 '최악의 사태'란 의미도 있다. 동사로는 '남을 조종하다', '남을 혼란에 빠뜨리다', '남으로 하여금 마약을 사용하게 하다'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Where everything isn't meant to be okay.'에서 '(be) meant to be'은

'...이 되도록 정해진', '...이 될 운명인'이란 의미로 쓰인다. 여러 예를 들어 보자.

1. We were meant to be together. (우린 맺어질 운명이에요.)

2. We weren't meant to be. (우린 맺어질 수 없어요.)

3. Oliver was meant to be a politician. (올리버는 정치인이 될 운명이었어.)

4. I wasn't meant to be disrespectful. (무례하게 굴려던 건 아니었어요.)

5. He never meant to be a burden to his mom. (그는 어머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Well, maybe I'm the faggot America.”에서 'faggot'은 원래 '다진 고기 덩어리'나 '땔감 한 단' 등의 의미였으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 '남자 동성애자'를 경멸하는 의미로 쓴다. 줄여서 'fag'이라고도 하고,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는 'queer'가 있다. 실제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경멸의 의미로 'faggot'이라고도 한다. 이때 의미로는 '병신' 정도가 맞다.

“I'm not a part of a redneck agenda.”에서 'redneck'은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하며 보수적인 시골의 백인(특히 남자)'를 뜻하는데, 매우 모욕적인 용어인데다가 은근히 '인종차별주의자'란 의미까지 담고 있다. '의제'란 뜻의 'agenda'와 함께 쓰이면 '인종차별 정책' 정도의 의미를 갖게 된다. 비슷한 의미로는 'cracker'와 'hillbilly', 'white trash'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다 'redneck'과 마찬가지로 매우 부정적 느낌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꼭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옛 것을 고집하는 사람을 뜻할 때도 'redneck'이라고 한다.

'Propaganda'는 특정 인물이나 정치세력 등에 대한 '과잉선전'을 뜻하는데 거의 대부분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예를 들어 'Nazi propaganda'는 '나치 선전'이고 'enemy propaganda'는 '적의 선전'이다. 다른 몇 가지 경우를 더 살펴보자.

propaganda war - 선전 전쟁

propaganda films - 선전용 영화

peace propaganda - 평화의 선전

anti-war propaganda - 반전 선전

'Information Age'는 그야말로 '정보화시대'를, 'hysteria'는 '과잉된 흥분'을 뜻한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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