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에릭 슈미트(58) 회장이 사이버 공격의 주체를 둘러싼 문제가 국가적 차원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사례를 지목하면서 북한을 언급했다.

23일 세계 동시 출간된 첫 저서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2009년에는 세 차례 디도스 공격으로 한국과 미국 정부의 주요 웹사이트들의 기능이 마비됐다"고 회상했다. "이 사이버 공격을 조사한 보안전문가들은 당시 공격에 동원된 좀비 PC들의 네트워크인 봇넷이 북한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하는 한국어 등 여러 단서를 찾아냈다"고 전했다.

그때 한국정부 관리들은 곧바로 북한을 지목했고, 미국언론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기사화했다. 유력 공화당원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복 차원에서 북한을 상대로 '강력한 무력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슈미트 회장은 그러나 "실제로 공격의 정확한 발원지를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짚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분석가들은 2009년 디도스 공격을 북한이나 다른 어떤 국가가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베트남 출신의 한 분석가는 앞서 디도스 공격이 영국의 소행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한국 국민들은 북한의 체신성을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것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도록 선동하기 위해 한국 정부나 운동가들이 꾸며낸 조작극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공격은 별반 효과가 없었고, 상당히 단순하게 이뤄졌다. "공격으로 인해 유실된 데이터는 없었으며 공격도 다소 무딘 편이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도 이것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턱스넷 바이러스나 그보다 더 정밀한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늘어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떤 시점에 이르면 사이버 공격이 실제 전쟁으로 돌변할까? 공격을 선동한 자가 자신의 흔적을 거의 대부분 감춘다면, 국가는 과연 어떻게 복수할까? 세계 정책 당국자들은 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런 질문들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슈미트는 또 "북한 내에서 오가는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는 아마 다 감시를 받을 것"이라고도 봤다.

북한의 이동통신사 '고려링크'의 대주주가 독재자로 통하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장기 통치 기간에 번창한 이집트 통신업체 오라스콤이라는 것을 일례로 지목했다. 이동통신의 폐쇄적 운영을 위해 독재국끼리 연합을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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