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뉴저지에 추진 중인 3억 달러짜리 신사옥이 환경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강력한 반대에 직면한 가운데 부지 내에 일본식 정원을 조성하는 계획이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뉴저지 고등법원이 “5월1일에 소송을 제기한 측과 협상하라”고 명령함에 따라 신사옥 개발안을 소개하는 웹사이트(www.lgenglewoodcliffs)를 개설하고 지역 주민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LG전자는 신사옥이 태양열을 이용한 친환경 설계와 총 700그루의 나무를 추가로 심는 등 전체 부지의 50% 이상을 녹지화 한 그린빌딩이라고 소개하고 수백 명에 달하는 현지 채용과 투자를 통해 잉글우드클립스는 물론, 뉴저지주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길을 끈 것은 홍보 내용 중 ‘오리지널 일본 정원을 재도입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그간 6번의 공청회를 여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며 도로변 나무 펜스 조성과 주차장 문제, 일본식 정원 도입 등의 계획을 알렸다.

한인사회는 난데없는 일본 정원에 뜨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역 주민 정인섭씨는 “어떤 주민들의 요구로 일본 정원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전통 정원을 조성할 계획은 있는지 궁금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LG전자가 미주본사 빌딩으로 뉴저지 잉글우드클립스에 세우는 신사옥은 올해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16년까지 8층 건물 두 개 동을 총 3억 달러를 들여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2월엔 타운조정위원회에서 35피트로 제한된 고도제한을 143피트(43m)로 늘리는 안이 통과돼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고도 제한이 대폭 완화됐다는 소식에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시닉허드슨’과 전미자연보호위원회(NRDC), 뉴저지 우먼스클럽연맹 등 관련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LG의 신사옥이 문제가 있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빌딩 상단부가 숲위로 삐죽 튀어나와 팰리세이즈 숲의 풍치를 망친다는 이유였다. 아름다운 허드슨밸리가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으로 유명한 이 일대는 존 록펠러가 1930년에 환경 보전을 위해 대규모로 땅을 사들여 주정부에 기부한 역사로 자연보호에 대한 관심이 어느 곳보다 뜨겁다.

또한 LG전자 부지에서 허드슨강 맞은편에는 록펠러 가문이 조성한 고풍스런 클로이스터 중세박물관이 위치해 지역주민들은 이곳의 경관을 “미국의 대표적인 아이콘” 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LG전자 신사옥 문제는 지난 1월 지역신문 레코드지와 스타레저지가 잇따라 보도한데 이어 뉴욕 타임스도 상세히 전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미국 언론은 LG의 신사옥을 ‘LG 타워’로 칭하며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전하고 있다.

반대 운동의 중심에 있는 존 록펠러의 손자인 래리 록펠러 변호사는 “LG전자 사옥을 짓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높이를 줄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전자의 존 테일러 홍보부사장은 “계획을 변경하려면 너무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LG전자의 신사옥 프로젝트는 세수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조셉 패리시 시장 등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나 중상류층이 많은 지역 주민들은 환경과 아름다운 풍치를 우선하고 있어 양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더욱이 환경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데다 ‘록펠러 가문이 지킨 자연을 LG가 망치려 한다’는 식의 비판도 제기돼 자칫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미디어의 관련 댓글에는 “LG는 뉴왁의 다운타운으로 내려가라. 거기서는 두 손 벌려 환영할 거다” “프루덴셜이나 파나소닉처럼 뉴왁에서 이익을 창출하지 뭣하러 여기 있냐?”며 남쪽의 대도시 뉴왁을 추천하기도 했다.

LG전자는 홈페이지 Q&A를 통해 “이번 일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원안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부득이 뉴저지 밖의 부지를 찾는 것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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