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 백악관 고위급 참모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16일(현지 시각)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전쟁 발발 30분 안에 재래식 무기의 공격으로 1천만 명의 서울 시민이 죽지 않을 수 있는 방정식을 풀 때까지 군사적 해법은 없을 것"이라며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일축했다. 배넌은 이어 “중국이 북한 핵을 동결시키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딜(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딜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ICBM 시험 발사 후 북미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고위 참모의 입에서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 나온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한미 방위비 분담, 사드배치를 놓고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적은 있지만 북한 핵 동결을 대가로 주한미군철수 안이 거론된 것은 처음인 때문이다.

배넌의 발언은 즉각 파장을 낳았다. 워싱턴 정가는 물론 미국 언론들도 배넌의 발언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야를 떠나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서 주한미군은 동맹인 한국 방위 목적을 넘어 중국의 팽창하는 군사력을 억제하는 전략적 차원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의 입장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동북아에 대한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트럼프 최측근인 배넌이 협상의 방편으로 꺼낸 것은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언론들도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배넌의 주장에 대해 "미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정책에서 크게 벗어났다. (주한미군 철수가)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즈는 이어 "한국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고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해야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우세하며 대다수는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배넌 발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정치적 담판으로 북미 평화협정이 논의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주둔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의 말도 전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중국 방문에서 주한미군철수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주한미군의 축소나 철수에 대한 어떤 논의에도 관여한 적이 없고, 그런 얘기가 있었다면 나는 알지 못한다”라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뉴욕 타임즈는 또 “던퍼드 합참의장이 중국 지도부에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미국은 필요하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던포드의 이 메시지가 배넌의 발언으로 무색해졌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배넌의 ‘주한미군철수’ 카드가 정교하게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넌의 발언이 자신의 것이 아닌 트럼프의 아이디어라는 해석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미 국민들 사이에서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자 트럼프 대통령이 특단의 해법으로 주한미군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배넌이 대신해 슬쩍 메시지를 던졌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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