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ㆍ설탕 전쟁'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트렌드

[이코리아] = 올해 상반기 식품업계에 유행처럼 퍼져나간 단어는 바로 '단짠'이다. 

'단짠'은 단 것을 먹은 후 짠 것을 먹고 이를 반복하면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통상 중독성이 있는 '달고 짠' 맛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 조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단짠' 키워드 조회수는 지난해 5월 대비 약 20배 증가했다. 이는 '단짠'이 온라인상에서도 크게 이슈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달고, 맵고, 짜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의 삼형제' 중 두 가지인 '단짠'은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유독 올 상반기 달고 짠 제품들이 연달아 출시된 것은 지난해 '나트륨 저감화', 올들어 지난 4월 '당 저감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 국가 방침에 역행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소금ㆍ설탕과의 전쟁' 선포에도 불구하고, 식품업계에 '단짠' 열풍이 얼마나 불었는지 1일 살펴봤다. 

허니버터칩(왼쪽부터), 버터카라멜맛 프링글스, 초코는 새우편, 카카오 프로도 솔티 카라멜 빵. (사진=해태제과, 프링글스, 롯데제과, 삼립식품)

◇ 제과업계, '단짠'스낵으로 맥주안주 노렸나? 

'단짠' 열풍의 전초는 지난 2014년 '허니버터칩'의 뜨거운 인기에서 시작됐다. 그 열기가 조금 식었지만, 달고 짠 스낵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데 당시 큰 역할을 했다. 

해태제과는 지난 5월 허니버터칩 제2공장을 증설했고 월 생산량은 150억원어치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프링글스는 지난 3월 감자칩의 담백한 맛에 달콤한 카라멜과 고소한 버터향을 더한 '프링글스 버터카라멜'을 한국에서 단독으로 선보였다. 

바삭한 프링글스 감자칩, 고소한 버터, 달콤한 카라멜 등 3가지의 맛을 조화롭게 살려 그동안 감자칩에서 맛볼 수 없던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출시 당시 프링글스 마케팅 관계자는 "여러가지 맛의 조화가 인기인 점을 반영해 달콤하고 짭짤한 일명 '단짠'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짭짤한 감자칩과 단맛을 함께 맛보길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췄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4년 세븐일레븐이 자체 브랜드 PB상품으로 내놓은 '초코는 새우편'도 '단짠' 열풍에 올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초코는 새우편'은 새우 특유의 짠 맛과 달콤한 초콜릿 맛을 조화시킨 제품이다. 새우 과자에 초콜릿을 입혀 초콜릿의 달콤함과 짭짜름한 새우과자의 바삭한 식감을 동시에 살린 것이 특징이다.

제빵업계도 단짠에 관심을 보였다. 삼립식품은 지난달 22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빵’ 시즌2 에서 '단짠비밀을 프로도 솔티카라멜'을 선보였다.

솔티드 카라멜 와플콘, 끌레도르 솔티드 카라멜. (사진=맥도날드, 빙그레)

◇ 짭짤한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하면 대개 달콤한 맛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고 '단짠' 트렌드를 접목한 달콤하고 짭짤한 아이스크림이 잇따라 출시됐다.

맥도날드는 지난 6월 캐러멜과 소금을 조화시킨 '솔티드 카라멜 와플콘'을 선보였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와플콘에 담겨 있고, 와플콘 위에는 단짠의 맛을 담은 솔티드 캐러멜 코팅이 입혀져 있다.

빙그레 끌레도르도 지난 4월 신제품 '솔티드 카라멜'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솔티드 아이스크림으로, 캐러멜의 단맛과 천일염의 짠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볼케이노와 맵스터. (사진=굽네치킨, bhc)

◇ 매운맛 더한 치킨, 나트륨도 더해?   

치킨 프랜차이즈는 원래도 달고 짠 양념치킨에 매운맛까지 더한 신제품을 연달아 내놓았다. 매운맛 제품이 나트륨과 당 함량까지 높이면서 치킨이 어느새 소금과 설탕 범벅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프랜차이즈 치킨 11개 브랜드의 22개 제품을 대상으로 영양성분, 매운맛 성분, 중량 및 안전성 등을 시험ㆍ평가했다.

시험결과에 따르면 뼈 등 먹을 수 없는 부위를 제외한 가식부 100g 당 나트륨은 맘스터치의 매운양념치킨(552mg)이 가장 높았고, 페리카나의 후라이드치킨(257mg)이 가장 낮았다. 가식부 100g 당 당류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의 매운양념소스치킨(12.6g)이 가장 높았다.

굽네치킨이 지난해 말 '볼케이노'를 선보인 데 이어 bhc는 지난 4월 매운맛 치킨 '맵스터'를 출시했고, 같은 달 25일 매운맛을 강화한 '맵스터 더 매운맛'을 출시했다. 맵스터는 출시 한 달만에 전체 판매 비중의 10%를 차지했다.

BBQ도 지난 4월 '마라핫'을 선보이며 매운맛 치킨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라핫은 중국 요리에 주로 들어가는 매운맛 향신료인 화조를 넣어 중화풍 매운맛을 강조했다.

더불어 치킨의 매운 양념에 밥까지 비벼먹는 일명 '치밥'(치킨+밥)문화까지 새롭게 형성됐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매운맛양념치킨의 경우 반 마리만 먹어도 나트륨, 포화지방 등이 하루 영양성분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나, 해당 성분 저감화를 위한 제조업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짠'열풍은 저성장에 고통스러워 했던 식품업계가 반짝 살아난 희망 같은 트렌드였다. 

하지만 더욱 자극적인 맛을 내는 데만 혈안이 돼, 식품업계가 음식 본연의 주요 가치인 '건강'을 내버린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나트륨과 당 저감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데 반해, 보란 듯이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쏟아내는 식품업계의 행보는 마치 부모에 반항하는 사춘기 청소년과도 같다.

나트륨ㆍ당 줄이기 캠페인에 식품업체들이 어떻게 발 맞춰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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