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 산업은행이 분식회계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인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강화한 이후 오히려 대우조선해양의 등급은 상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 개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이상치 등급이 오히려 오르는 등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은 분식회계의 단서를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문제된 이후인 올해 1월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에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 강화를 요구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지난 4월 4억49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했다.

또한 재무이상치 등급이 4~5등급을 받은 기업에 대한 론모니터링과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내규를 수정했다.

올해 4월 시스템 개선 이전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이상치 등급은 ▲2012년 2등급 ▲2013년 5등급 ▲2014년 4등급으로 나타났고 감사원도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산업은행의 경영관리 부실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4월의 시스템 개선 이후 같은 재무상황을 입력했음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이상치 등급은 지난 2012년에서 2014년까지 모두 3등급을 받아 오히려 상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산업은행은 50억원 초과 여신을 보유한 4~5등급의 기업을 대상으로 '론 모니터링' 또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3등급 기업은 '조치대상 외'로 분류되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조건이라면 대우조선해양은 새로운 시스템에서 '조치대상 외'로 분류되어 분식회계를 검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는 게 민 의원의 설명이다.

또한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 개선 이전 10년 동안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공공기관과 같이 분류해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산업은행의 내규인 '사후관리 지침'에 '정부와 당행이 각각 또는 합계해 과반수 출자(출연 포함)한 사업체'는 사후관리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규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제4조 제3호에서 '정부가 100분의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규정한 것에 기인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분식회계를 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로 만들어진 산업은행의 내규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을 공공기관으로 취급해 관리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2월 산업은행과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율이 50% 미만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의 전산시스템 입력 실수로 재무이상치 점검 시스템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8일 각 은행에게 분식회계 방지 점검을 강화하고 현장 중심 점검을 강화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무고한 기업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우려하는 은행들이 공개적으로 점검을 진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지난 2004년 대책을 반복하며 감독기관의 의무를 개별 은행에게 떠넘겼다는 지적이다.

민병두 의원은 "현재 회계법인에 의존적인 우리나라의 구조에서는 아무리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정교화 하더라도 은행이 스스로 분식회계를 방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감독기관이 은행들의 재무이상치 분석 자료를 취합·분석·판단해 의심 가는 기업에 대한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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