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홍 대기자

[이코리아] = 세계은행은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세계 189개국 중 2011년 8위, 2013년 7위, 2014년 5위로 평가했다. 즉 OECD 국가 중 최저임금으로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가장 많이 고용하여 ‘고용 유연성’이 매우 높으며, 노동시간이 가장 많아 고용도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낮은 것은 ‘고용 안정성’이다. 언론조사에 따르면 2013년 500대 기업의 평균 근속년수는 10.3년, 30대 기업의 근속년수는 9.4년에 불과하여 선진국에 비해 2~3년이나 짧았다. 즉, 사실상 ‘고용 유연성’이 선진국 대비 오히려 높다는 이야기다.

극도의 취업난 속에서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직장에서 끝까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몸 돌볼 겨를 없이 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주위를 보면 가파른 승진 피라미드에서 사장단에 오르지 못하면 50대 중반 이후 대기업에 남아 있는 사람을 보기는 거의 어렵다.

이러한 ‘노동자 지옥’에서 ‘헬조선’을 외치며 선진국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탈출하는 청년 탈남자(脫南者) 행렬이 줄을 이룬다. 고용불안 속에서 삶은 여유와 행복보다 불안과 초조 그리고 스트레스로 가득 찬다.

결론적으로 절박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비정규직 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하고 신속한 방법은 재벌이 사내유보금을 이용해 청년 고용과 더불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만큼 올려주고 고졸 임금을 대졸 임금만큼 올려주는 것이다. 선진국은 비정규직과 고졸의 임금차별이 없다.

이것은 대기업 정규직 강성노조의 주장이기도 하다. 노·사·정위원회에 제안한 한국노총의 주장을 보면 자칭 보수우파 특권층 SNS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의 주장이 소위 부자 귀족 노조가 돈을 더 달라며 떼를 쓰는 내용이 아니라 양질의 청년 일자리, 중소기업, 비정규직·고졸 노동자 등 노동 약자를 열심히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없는데 어떻게 고용을 하냐고 우는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기업가 정신이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시장을 창조하는 것에 바탕을 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용 창출까지 동반된다. 이를 넓고 길게 보면 경기활성화와 내수부양으로 이어져 기업의 매출 증가로 사내유보금이 더욱 늘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니 1000조원을 바라보는 사내유보금 중 생산 활동에 투자하지 않는 부분에 과세하여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이는 눈앞의 푼돈보다 서민들과 함께 나누는 더 큰 미래에 투자하는 길이기도 하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월급 중 일부를 ‘청년일자리 돼지저금통’에 모은다는데 그 돈을 사내유보금과 비교하면 상징적인 효과는 크겠지만 실질효과는 말할 것도 없이 왜소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까지의 노동개혁 스토리가 노·사·정 대타협이 성사된다면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타협 후 박 대통령은 “노동자에게 일방적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국민 앞에 서약했다. 뿐만 아니라 노·사·정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대타협을 이룩하기까지 고통 분담과 양보의 정신, 취지를 존중하여 노동개혁입법을 비롯해 그 외에도 필요한 여러 가지 협의 사항들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며 얼굴을 맞대고 다시 약속하였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들에게 세계가 넓으니 아무 대책 없이 세계로 나가라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는 저임금 후진국 이민자로 메워 재벌의 이익을 더욱 증대시킬 계획도 있는 듯하다.

대한의 청년들이여, 많이 힘들어도 조국에 남아 싸워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기 바란다. 그대가 떠난 빈집에서는 미래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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