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문자로 보상금액 통보” … 대한항공 “사실무근”

"저는 앞이 보이지 않으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잖아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그때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모(35)씨의 말이다. 김씨는 지난 8월 10일 러시아에서 공연을 마치고 오른 귀국길에서 화상을 입었다. 모스크바 발 대한항공 기내에서였다.

사고는 인천공항 착륙을 한 시간여 앞두고 일어났다. 기내 서비스를 하던 승무원이 실수로 뜨거운 커피를 김씨의 허벅지에 쏟아버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김씨에겐 날벼락이었다. 응급조치를 했지만 허벅지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지난 8월 모스크바발 대한항공 기내에서 화상을 입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모씨가 화상 치료 중이다. (사진=김씨 제공) 강주희 기자

귀국 후 대한항공은 김씨에게 3일간 치료를 해줬고, 김씨의 어머니에게 김씨를 인계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씨는 "너무 아팠고 정신없었던 때"라며 "사고 처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한 달 간 치료에 전념했다. 양쪽 허벅지는 통증과 함께 벌겋게 부어올랐다. 간호사 출신인 어머니가 곁을 지켰다. 피아노 연습은 커녕 대학 강의도 나갈 수가 없었다. 속만 끓이는 한달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사고 책임자인 대한항공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화상이 거의 나아갈 무렵 대한항공에서 연락이 왔다. 치료비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던 대한항공 측은 "보상금액이 결정됐다"며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알려왔다. 2000만원이었다. 문자는 김씨의 어머니 핸드폰으로 왔다.

문자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황당한 전화가 걸려왔다. 대한항공은 김씨의 어머니에게  보상금액이 잘못 전달됐다고 알렸다. 애초 200만원인데 직원의 실수로 2000만원이 됐다는 것이다. 사과나 큰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던 김씨와 가족들은 대한항공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사고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대한항공은 큰 회사고, 나는 일개 개인이기 때문에 일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 측에 요구한 것은 돈인 아닌 진심어린 사과였다"며 "마치 통보하듯 사후조치를 일관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최근 미국으로 공연을 다녀왔다. 주최 측이 항공권을 대한항공으로 예약하는 바람에 또 다시 대한항공 항공기에 올랐다. 그는 지난번 사고에 대해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내심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승무원이나 승무장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일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피해자 측이 병원에서 진단서를 가져왔다면 절차에 따라 배상했을 것”이라며 “다만 직원이 보상금을 잘못 알린 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항공은 글로벌 기업이며 고객 피해 문제에 대해 아무렇게나 막 대응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회사 차원에서 적절하게 향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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