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효과 입증되지 않아 부작용 우려

물범 중탕액을 판매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건강원 홈페이지. '명문대를 가려면 물범을 먹어라'라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 건강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강주희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른바 '수능보약'이 인기다. 총명탕, 홍삼은 물론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에 좋다는 각종 영양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강남 일대 성형외과에서는 피로회복에 좋다는 수능주사도 등장했다.

가장 인기가 있는 수능보약은 '물범탕'이다. 특히 서울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물범탕은 캐나다에서 냉동수입한 하프물범 고기에 미꾸라지, 산삼, 철갑상어, 미꾸라지 등 60여가지 재료를 압력솥에 넣고 닷새 동안 고아서 만든다.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 가격 또한 비싸다. 한 박스에 60포로 50만원 정도 한다. 고가의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오메가3와 DHA가 많아 장시간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서울, 경기도 등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5년 전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는데 입소문이 돌아 지방에서는 택배로 보내달라는 전화도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뇌 활성화에 좋다는 총명탕과 홍삼의 인기도 꾸준하다. 최근에는 총명탕의 단점을 보완한 '수능환'도 등장했다.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총명탕과 달리 단기간 복용을 통해 집중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최근 강남 일대서 판매되고 있다.

수능환을 판매하는 강남의 한 한의원은 "시험기간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잠을 줄여야 할 경우 수능환을 복용하면 기억력, 집중력 향상 등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모의고사나 수능 당일 복용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총명탕, 공진단 등 건강보조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강남의 한 한의원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능환' (사진=○○○ 한의원 홈페이지 캡처) 강주희 기자.

구성 성분에 따라 일반환, 프리미엄환, SKY환으로 나눠진다. 이중 최고급형인 SKY환은 한 알에 5만원 정도 한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고급 재료인 사향이 많이 들어가 효과가 더 크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수능 보약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복용이 오히려 컨디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작용 사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험생은 “동네 한의원에서 판매하는 건강보조제품을 먹고 효과는 커녕 몸에 맞지 않아 매쓰거움으로 고생했다”며 “‘수능탕’, ‘기적탕’ 등의 이름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를 노린 노이즈 마케팅인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수능보약에 대한 조사에서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주 한의원, 건강원 등 6곳에서 판매하는 수험생 건강보조식품을 수거해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고 21일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들 제품에 스테로이드 등 의약품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없는지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발견될 경우 검사 범위를 확대하고 제품 회수 및 행정조치 등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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