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은 취임법회에서 ‘겸손’을 강조했다. (사진 = 미디어캠프 信愿)

천년고찰 봉은사(奉恩寺, 서울 강남구 삼성동)가 겸손(謙遜)의 새 옷을 입게 된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 26대 주지 원명스님의 취임법회가 시선을 끌었다. 1000여명이 운집한 이날 원명스님은 ‘겸손’을 강조했다.

원명스님은 중국 송대(宋代), 오조 법연(五祖 法演, ?~1104)이라는 선사의 ‘법연사계(法演四戒)’를 예로 들었다. ‘법연사계’는 그의 제자 원오 극근(園悟 克勤, 1063~1135)스님이 서주의 태평사 주지를 맡게 되자 스승으로서 제자에게 일러준 간곡하고 요긴한 깨우침의 내용이다.

“수행을 지도하는 소임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법연사계’를 다시금 가슴에 새겨보는 이유다. 세불가사진(勢不可使盡)•복불가수진(福不可受盡)•규구불가행진(規矩不可行盡)•호어불가설진(好語不可說盡). 어린 행자 시절, 어른들께 혼이 나면서 흘린 밥알을 주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원명 스님은 초심의 중요성을 짚었다.

“조계사 주지 시절 법문이 바닥나 걱정을 했는데, 봉은사로 발령이 났고 작별인사로 법문을 대신했다”면서 “수행도 많이 부족하고 잘하는 게 없기에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몸소 겸손을 보였다.

◇법연사계(法演四戒)

♦세불가사진(勢不可使盡)
“세력을 다 사용하지 말라”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이나 권세를 모두 다 쓰지 말라는 뜻이다. 자리에 올랐을 때 함부로 살지 말고 반드시 엷은 얼음을 밟듯이 조심하며 살라는 것이다.

♦복불가수진(福不可受盡)
“복을 다 받지 말라”
설사 자신이 재력이 넉넉하다 할지라도 그것을 다 쓰면서 살지 말고 언제나 절약하고 검소하며 다른 사람의 사정도 살펴가며 살라는 뜻. 그것이 지혜로운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다.

♦규구불가행진(規矩不可行盡)
“모범을 다 행하지 말라”
단체 생활에서나 사회생활에서 모범적인 태도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모범을 앞세우고 솔선수범만을 강조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호어불가설진 (好語不可說盡)
"좋은 말을 다하지 말라”
아무리 좋은 말과 교훈이 되는 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전부 털어놓지 말라는 뜻. 친절이나 사랑을 보이는 말, 감사함을 나타내는 말,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 남을 칭찬하는 말, 참되고 바른 이치를 설명하는 말 등 너무 세밀하게 하면 그 맛은 반감하고 만다. 어려운 일이지만 여운이 남는 적당한 양의 말만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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