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중국의 5세대 지도부 출범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차기 지도부는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과 민주화 요구를 어떻게 수용해 사회안정과 통합을 이룰 것인가라는 대내적 과제와 경제력·군사력이 강화되고 있는 중국이 강경노선을 걸을 것인가에 대한 대외적 의문에 직면해있다.

 ◇성장을 넘어 안정으로..‘슈퍼 사이즈 싱가포르’?

 경제발전과 민주화는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다. 고소득 국가는 대부분 민주화된 나라들이다. 경제성장이 민주화의 토대가 된 대표적인 나라는 한국이다.

 그러나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난 30년간 지속적인 두 자리 수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중국모델’이라고 부르며 중국과 같은 거대 인구국가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국가자본주의의 권위주의적 과도기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이러한 발전과정은 중앙정부가 통제력을 잃어 대혼란을 겪은 러시아와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중국이 언제까지 이러한 권위주의적 경제성장 모델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로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 광둥성 우칸(烏坎)촌 시위와 지난달 주민들의 반대 시위로 증설 공사가 중단된 저장성 닝보(寧波)시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의 사례는 ‘중국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07년 17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부터 사회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당시 대회 보고를 통해 사회안정을 ‘중요한 선결과제’로 지적하고 경제발전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갈수록 커져가는 시민들의 불만과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필요하다고 중국 지도층은 판단하고 있다. 공권력이라는 ‘채찍’과 더불어 부의 분배라는 ‘당근’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내 상위 10%와 하위 10% 간 소득격차가 개혁개방 초기인 1988년 7.3배에서 현재 23배로 크게 확대된 가운데 8% 이하로 떨어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당근 정책’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또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올 들어 터진 ‘보시라이(薄熙來) 사건’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3조원 재산 축적 보도’로 인해 특권층이 개혁개방과 경제성장의 열매를 독점하고 있다는 의혹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엘리트가 지배하는 권위주의 정부와 경제발전이 결합된 국가는 싱가포르다. 이에 따라 중국이 권위주의적 경제성장을 지속하며 ‘슈퍼 사이즈 싱가포르(super-sized Singapore)’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중국에 비해 훨씬 더 평등하며 훨씬 더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다. 또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사례를 중국에 확대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쓴 사토 마사루(佐藤勝)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는 ‘통치의 대차대조표’에서 ‘자산’인 중국 정부의 통치능력과 ‘부채’인 사회·경제적 문제 중 ‘자산’이 풍부해 중국 사회가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시대’ 외교정책…‘유소작위’에서 ‘대국굴기’로

 일본 정부는 지난 9월11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과소평가했다. 독도를 둘러싼 한국의 반응과 유사하게 단·중기적 외교갈등으로 끝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후 외교력은 물론 경제력·군사력까지 총동원해 일본을 코너에 몰아넣었고 일본은 패착을 자인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이 2세대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힘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것)’와 3~4세대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 시대의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 참여해 뜻을 관철시킨다)’를 넘어 ‘대국굴기(大國堀起)’의 시대로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이 ‘시진핑 시대’를 맞아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갈등과 같은 강경노선을 걸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시진핑이 두터운 군 인맥을 발판으로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런민대 국제학과 진칸롱 교수는 “인민해방군은 시진핑을 자신들의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국립방위대학(NDU) 중국군사문제센터 필립 C. 손더스 소장은 “중국에서 군의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토퍼 K 존슨 선임고문은 시진핑의 외교노선이 강경노선과 온건노선의 사이에 위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민대 진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부담을 나눠질 것이며, 미국은 중국과 파워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며 “미국의 엘리트들이 이를 원하지 않겠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해협을 두고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대부분의 관리생활을 보낸 시진핑은 양안통일에 대해 더 강경한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셉 우 대만 국회의원(민진당)이 밝혔다.

 ◇현상유지가 예상되는 5세대 한반도정책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현상유지가 예상된다.

 후진타오 주석이 이끄는 외교영도 소조에서 부(副)소조장으로 참여해온 시진핑은 한반도정책의 큰 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5세대 중국의 최대과제인 사회안정과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한반도정책에서 한반도의 안정화를 가장 중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핵문제와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관계에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원조를 통해 북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한반도 안정을 뒤흔드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동시에 북한 정권의 세력이 급격히 약화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미군과 얼굴을 맞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바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미국과 한국 대선에서 어떤 성향의 정부가 탄생하는가와도 맞물린 문제다.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 회귀정책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군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의 돌발변수 발발과 미·중, 중·일 긴장 고조라는 ‘독립변수’에 따라 중국의 5세대 한반도정책이라는 ‘종속변수’는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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