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톰 ‘샌디’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1주일 가까이 정전이 계속되면서 일부 지역이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욕 퀸즈의 락카웨이에는 경찰력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자 주민들이 직접 총, 야구배트, 심지어 활과 화살 등을 동원해 직접 치안 확보에 나섰다. 약탈과 강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롱아일랜드전력국(LIPA) 직원으로 위장한 강도들이 한밤중에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역주민인 다니엘 해리스(34)는 “문에 덫을 설치하고 침대 머리맡에 야구배트를 놓고 잠을 잔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사흘 연속 집 주변에서 총성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제임스 샌더스 락카웨이 시의원은 “주민들은 모두 자기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서 시의회에 정전 사태를 방치한 LIPA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치안과 더불어 먹거리 문제도 심각하다.

지역내 대부분의 식료품점은 샌디가 지나간 후에도 다시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으로 통하는 지하철과 버스 운행도 모두 중단됐다.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들이 가져다주는 음식과 물, 기타 생활필수품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적십자와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지원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샌디의 ‘잊혀진 피해자’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 주민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쓰레기장을 뒤지는가하면 주방 조리기구를 이용해 몸을 덥히는 등 그야말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코니아일랜드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화장실에서 배설물이 넘치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 제프리 프란시스는 “짐승들처럼 음식을 뒤지고 다닌다”며 ‘다들 맨해튼에만 신경을 쓰고 우리에게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뉴욕의 다른 지역에 있는 집들이 침수되거나 버려지는데 그쳤다면 코니아일랜드에 위치한 집들은 벽이 무너져 내리거나 널빤지처럼 쪼개지기까지 해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스태튼 섬 주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뉴욕의 다른 지역과 뉴저지에 복구지원과 관심이 집중되면서 주민들의 소외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적십자에 대한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십자가 지역에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보내주지 않고 있다며 적십자에 기부를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편 이들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복구의 인력과 물자가 집중되고 있는 맨해튼에는 3일 현재 전력이 일부 복구됐다. 지하철 운행도 80% 까지 재개됐다.

복구요원들은 오는 6일 대통령 선거일 때 투표장으로 사용할 장소와 학교 등에 대해서도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는 오는 5일부터 다시 문을 연다.

그러나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전 피해 시민의 40% 가량에 해당하는 약 90만 명은 길게는 다음 주 까지도 전력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7일 뉴욕 지역에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닥쳐 기온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정전으로 난방을 하지 못할 시민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스1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