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야권 유력 주자로서 대결 구도를 본격화 한 가운데, 추석 연휴를 통해 민심을 확인한 양 진영이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기싸움을 시작할 모양새다.

두 후보측은 여전히 야권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기엔 이르다며 각자 행보에 치중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단일화를 바라 보는 양측의 태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측은 10월 중·하순에는 야권단일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반면, 안 후보측은 앞서 밝힌 단일화 선결 조건 해소가 먼저라며 느긋한 입장이다.

오영식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2일 통화에서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추석 전과 오늘 시점을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도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보자면 이달 중순 쯤에는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오 본부장은 "두 사람이 만나는 시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후보 단일화 논의가 언제쯤 야권에서 공론화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그쪽(안 후보) 캠프 사람들이 (국정감사를 통한 안 후보의 검증 시도에 대해) 방어를 좀 해달라고 전화가 많이 왔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는 협력적 경쟁관계를 갖고 있다"며 "우리가 (협조를) 안 해주면 국민들로부터 속좁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듣기에 따라 국정감사 협조가 단일화 논의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안 후보측은 단일화 논의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앞서 출마 선언 당시 내세웠던 '정치혁신'과 '국민들의 동의'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조 속에 안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 공략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민주당이 긴장하고 있다.

안 후보는 추석 직전인 지난달 26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데 이어 2일 오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났다.

안 후보가 3일 민주당 지지층이 밀집한 호남권을 2박3일 일정으로 방문 예정인 가운데 호남 유권자들에게 앞서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대선 전초전이 될 야권 내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안 후보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먼저 분위기를 주도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해석에 대해 안 후보측 정연순 대변인은 "그런 해석은 정치평론가들이 하는 말"이라며 "지역 현안을 청취하고 경제민주화와 혁신경제 등 정책 기조를 지역 분들과 공유하기 위한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같은 안 후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남권 공략에 애를 쓴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안방'을 내줄 경우 야권단일화 경쟁의 기선을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번 주 중 전북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안 후보의 '호남 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성격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후보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호남인데,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호남권의 반감을 어떻게든 해소시켜놓지 않으면 안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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