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기호 1번과 2번 선거운동원들이 손으로 기호를 표시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기호 1번과 2번 선거운동원들이 손으로 기호를 표시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28일부터 공식 시작되면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앞다퉈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이코리아는 언론이 어떤 공약에 가장 초점을 맞춰 보도했는지 지난 한 주 동안 보도된 기사들을 되짚어봤다.

◇ 4·10 총선 공약, 언론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에 주목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트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공약’을 검색하자,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전국 54개 매체에서 총 2638건의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는 지난 27일 가장 많은 727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25일 515건, 26일 497건, 28일 580건 등 매일 500~600건의 공약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공약 보도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 키워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의 이름이었다. 공약과 관련된 직접적인 연관어 중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세종시’였는데, 이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7일 발표한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공약 관련 기사가 가장 많이 보도된 것도 이날이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 규칙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17개 상임위원회 중 12개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결정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아예 국회 전체를 완전히 세종시로 옮긴 뒤, 남겨진 부지와 주변에 대한 개발 제한을 풀어 문화·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의 제안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둘로 나뉘는 모양새다. 일부 매체는 한 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공수표 공약을 급조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은 27일 사설에서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행정 비효율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그간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고 소극적이던 당사자는 바로 현재의 여권이었다. 한 위원장이 입장 번복에 대한 사과·설명은 한마디 없이 마치 새로운 공약인 양 내세우는 건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국회 이전 공약에 대해 반대했으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온 나경원·안철수 후보도 국회 세종 이전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은 이어 “‘여의도 정치 종식’ 운운한 것도 독단적일 뿐”이라며 “후진적인 정치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국회가 자리잡은 물리적 공간을 여의도에서 세종시로 옮긴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또한 28일 사설에서 “한 위원장의 ‘완전 이전’ 발언은 맥락상 모든 시설을 전부 다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게 되면 당장 개헌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을 때도, 헌법재판소는 수도 및 국회 이전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중앙일보는 한 위원장의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에 대해 “당장 충청권과 고도제한 해제의 수혜를 볼 여의도 일대 및 용산·성동·마포·동작 등 이른바 ‘한강벨트’의 표심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며 “국회 이전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선거용’ ‘정략적 접근’이란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매체는 국회 완전 이전에 찬성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한다는 논조를 보였다. 서울신문은 28일 사설에서 “완전한 수도 이전은 관습헌법 위반이라는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등에 비춰 용산 대통령실과 외교안보 부처들의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세종시로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옮겨 간 상황에서 더이상의 국가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입법·행정부의 통합적 이전은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 및 나머지 국가기관 이전 여부 등을 여야가 함께 지혜를 모아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며 “충분한 준비와 국민적 공감 속에 국회 이전이 추진될 때 세종시는 비로소 미국의 워싱턴DC처럼 온전한 행정수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또한 “한 위원장의 이번 공약은 충청·세종 지역 등 선거판세를 겨냥한 승부수 성격이 짙다”면서도 “그래도 ‘반쪽 행정도시’로 각종 무리를 낳고 있는 세종시를 온전한 행정수도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다만 성실한 공약이 되려면 입법부를 포함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문제 해법 등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며 “기존 입장과 다른 만큼, 이번 공약이 총선 후에도 견지될 국민의힘 당론이라는 점도 확인될 필요가 크다”고 단서를 달았다.

 

25~29일 보도된 '공약'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5~29일 보도된 '공약'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민주당 ‘비동의 강간죄’ 철회에 “젊은 남성층 표심 의식한 결정” 비판

공약 보도 중 눈에 띄는 또다른 키워드는 ‘비동의 강간죄’이다. 민주당은 폭행·협박이 아닌 피해자의 동의 여부에 따라 성폭력을 판단하는 ‘비동의 간음죄’를 4·10 총선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가 지난 27일 “실무적 착오”라며 철회했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목소리를 낸 곳은 주로 진보 성향 매체였다. 경향신문은 27일 기사에서 “민주당이 이날 비동의 강간죄와 관련해 사실상 공약 철회를 밝힌 것은 보수정당의 공세와 일부 젊은 남성층의 표심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의 비동의 강간죄 반대 입장을 소개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 “비동의 강간죄는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형법 개정을 권고한 사항으로 성폭력 범죄가 증가한 실정에 따라 총선 정책으로 포함돼야 마땅하다. 이를 ‘실무진 실수’라고 하는 건 여성혐오 세력 표잡기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민주당이 성평등을 외면하고 얻은 표로 어떤 입법 활동을 할지 우려스럽다”라는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의 발언을 전했다.

한겨레 또한 이날 기사에서 “민주당이 이날 ‘실무 착오’라며 비동의 강간죄 도입 가능성을 일축한 건, 여기에 반대하는 일부 남성 유권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탓”이라며 “최근 몇 년 사이 젠더 갈등이 더욱 격화한 가운데, 남성 청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되면 이를 악용하는 여성들 때문에 무고한 남성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이 확산하곤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28일 비동의 강간죄 관련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했다. 한겨레는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되면 ‘성범죄 무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라며 성폭력 사건 중 무고 비율이 극히 미미하다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한겨레는 “‘피고인의 유무죄 입증 책임이 검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라며 “동의를 기준으로 강간죄를 개정해도 검사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입증 책임의 문제는 범죄 구성요건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여부와 관계가 없다”는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의견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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