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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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을 석 달 앞두고 금융당국이 시세조종 등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처벌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해 이상거래 감시·조사·조치 등 세부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가상자산시장 조사업무규정’ 제정(안)을 규정제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예고 기간은 3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40일간이다. 

새로 제정된 규정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상거래가 발생한 경우 ▲거래유의 안내 ▲풍문 등 사실조회 또는 결과공시 ▲주문의 수량 및 횟수 제한 ▲거래중지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경우 금융당국에 통보하고, 혐의가 뚜렷하거나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지체없이 수사기관이 신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진술서·장부·서류·거래정보 등에 대한 제출 요구를 통해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하게 된다. 만약 혐의자의 도주·증거인멸 등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 의결 없이 금융위원장 전결로 신속한 고발·통보가 가능하도록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된다. 

또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기관이 공동조사 및 업무분담 등을 협의하기 위한 ‘가상자산시장조사기관협의회’와 금융위를 자문할 수 있는 사전심의기구인 ‘가상자산시장조사심의위원회’도 설치된다. 

금융위는 이번 규정 제정으로 ‘이상거래 감시 → 금융위·금감원조사 → 수사 → 형사처벌·과징금 부과’로 이어지는 불공정거래행위 세부 규율체계가 마련되고, 이를 통해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규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 규정은 오는 7월 19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과 함께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보호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 규제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제재 권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 등 빈번한 시세조종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에 부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제정된 법률안은 가상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추진 과정 중 1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가상자산 발행·유통·자금조달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2단계 법률안에 포함될 예정인 만큼 아직은 규제 공백이 남아있는 상태다. 

또한 1단계 법안에는 가상자산 예치·운용 등 거래소 외 여러 형태의 사업자에 대한 구체적 규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운용 수익으로 연 12%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1조원대의 코인을 가로챈 ‘하루인베스트’ 사태가 재발할 위험도 여전하다는 것.

물론 금융당국도 2단계 입법 전까지 규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꾸준히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1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것과 같은 종목·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했다.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제3자에게 위탁해 운용하는 형태의 가상자산 예치·운용업이 사실상 금지된 셈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같은 달 21일 가상자산 발행자가 고의로 수익을 부풀리지 못하도록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은 가상자산 발행자가 백서에 기재된 수행의무를 모두 이행한 뒤에만 가상자산 이전에 따른 수익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발행사가 보유한 ‘리저브’ 물량도 자산으로 계상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가상자산 발행·유통·자금조달 등을 다룬 2단계 입법이 완료돼야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방지가 가능한 만큼, 국회의 입법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다행인 것은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발표한 공약집을 통해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7월 19일부터 시행 예정인 1단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차질없는 정착을 뒷받침하고, 2단계로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보다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라며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가상자산 발행 허용, 통합시세·공시 시스템 구축, 가상자산사업자 영업행위 규율 등의 가상자산 규율 체계 완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지난달 21일 ‘제22대 총선 디지털자산 공약’을 발표하고 “산업진흥과 함께 금융안정,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촉진할 수 있는 가상자산 2단계법(업권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격화되고 있는 여야 간 경쟁이 가상자산 2단계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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