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럴링크 X 갈무리
= 뉴럴링크 X 갈무리

[이코리아] 20일 일론 머스크의 뇌신경 기업 ‘뉴럴링크’가 뉴럴링크 칩을 이식받은 환자의 영상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지난 2016년 다이빙 사고를 당해 어깨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놀런드 아르보는 지난 1월 뉴럴링크가 개발한 칩을 이식받은 뒤 생각만으로 커서를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영상에서는 뉴럴링크 칩을 처음으로 이식받은 사지마비 환자 놀런드 아르보가 손의 움직임 없이 뉴럴링크 칩만을 통해 눈 앞의 노트북을 조작해 온라인 체스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 놀런드 아르보 X 갈무리
= 놀런드 아르보 X 갈무리

이어서 23일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럴링크 본사를 방문해 아버지와 마리오 카트를 플레이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뉴럴링크 칩 만으로도 복잡한 게임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사고 이후 컴퓨터 게임을 포기했지만 뉴럴링크 칩이 게임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라며 "8시간 연속으로 컴퓨터 게임 '문명 6'을 즐겼다."라고 밝혔다. 또 칩 이식을 받은 뒤 하루 만에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으며, 인지 장애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2016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뇌에 칩을 이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뇌에 이식되는 칩은 얇은 1024개의 전극에 연결되어 있으며, 무선 충전 배터리로 전원을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칩은 외부 컴퓨터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뉴럴링크는 로봇을 활용해 자동으로 뇌에 BCI 임플란트를 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람의 특정 동작과 생각에 따라 뇌파를 분석해 컴퓨터에 전달하는 칩을 통해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나 키보드를 제어하도록 한다.

뉴럴링크의 목표는 궁극적으로는 시각 장애인이 시력을 되찾고, 마비 환자가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미 뇌에 직접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블라인드사이트'라는 제품을 개발 중이며, 동물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론 머스크 뉴럴링크 CEO는 올해 11명에게 뉴럴링크 칩을 이식해 실험을 진행한 뒤, 2030년까지 2만 명에게 칩을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럴링크 외에도 다수의 신경기술 기업이 개발을 지속하며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장은 미래가 촉망받는 분야로 꼽힌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BCI 시장은 2022년 21억3천만 달러 수준이지만, 오는 2032년에는 매년 16.7%의 성장률을 보이며 94억4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시장조사기관 AMR은 세계 BCI 시장이 연평균 13.9%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에 54억 6,3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 뉴럴링크 유튜브 갈무리
= 뉴럴링크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동물학대 논란과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뉴럴링크의 발목을 잡는다. 뉴럴링크는 영장류 연구시설을 운영하는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와 제휴를 맺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원숭이 실험을 진행했다.

그런데 관련 자료가 공개된 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 위원회(PCRM)’는 뉴럴링크가 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원숭이에게 극도의 고통을 안겨줬으며, 실험대상이 된 원숭이 23마리 중 15마리가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주장했으며 미국 농무부가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뉴럴링크를 조사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하원의원이 뉴럴링크의 동물실험과 인체실험에 대한 FDA 승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6일 얼 블루메나우어 미국 하원의원은  FDA(미국 식품의약국)에 서한을 보내 FDA가 뉴럴링크의 동물 실험에 대한 기록 보존 및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무시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을 허용했는지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블루메나우어 의원은 "표준 운영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러한 행위는 동물 복지를 위협하고 인간 실험을 위한 데이터 수집을 손상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하원의원들은 지난해 11월에도  한 차례 뉴럴링크의 실험 안전성에 관한 일론 머스크의 발언에 대해 문제삼았다.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서 "뉴럴링크 칩 이식 결과로 죽은 원숭이는 없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기록에는 원숭이들이 컴퓨터 칩 이식 이후 마비와 발작, 뇌부종 등을 포함해 쇠약해지는 부작용을 겪었으며 그 결과 최소 12마리의 젊고 건강한 원숭이들이 안락사됐다는 것이다.

또 이런 동물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안전성을 강조하며 뉴럴링크 투자자들을 오도해 증권 사기를 저질렀다는 것이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의원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이에 대해 조사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일부 학자들은 뉴럴링크가 임플란트에 대한 정보를 거의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학술지에도 관련 정보를 등록하고 있지 않다며 투명성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뮌헨 공과대학의 신경윤리학자 마르첼로 이엔카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뉴럴링크가 과학 뉴스를 전달할 때 공식적인 논문이나 학술지와 같은 전통적인 과학 매체가 아닌  소셜 미디어 업데이트를 통해서만 소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과학적 무결성을 뒷받침하는 기존의 프로토콜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뉴럴링크는 불투명성과 연구와 관련된 중요한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인간 임상실험을 강행해 신경기술 분야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으며 기술의 윤리적 측면을 무시하는 것은 전체 신경기술 커뮤니티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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