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권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진=교보증권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진=교보증권

[이코리아] ‘10호 종투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 타이틀을 노리는 교보증권이 박봉권 대표를 재선임했다. 꾸준한 성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인정받아 3연임에 성공한 박 대표는 종투사 전환을 위한 자본확충에 나서면서도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달래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교보증권은 지난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부터 교보증권 대표이사직을 맡아온 박 대표는 2022년 연임 후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되며 3연임에 성공했다. 박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로, 이석기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교보증권을 이끌 예정이다. 

증권가를 대표해온 장수 CEO(최고경영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도 박 대표가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꾸준한 실적 성장과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가 꼽힌다. 

실제 교보증권은 박 대표 취임 첫 해인 2020년 당기순이익 103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이듬해 1433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기록을 곧바로 경신했다. 2022년에는 금리인상과 증시 침체로 순이익이 433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70%나 급감했으나, 지난해에는 다시 56% 증가한 67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교보증권의 지난해 실적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 손실,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으로 업황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거래대금 감소 및 부동산 PF 부진 여파에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선택과 집중의 경영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했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임기를 맞게 된 박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종투사 전환이다. 지난 1949년 대한증권으로 출범한 교보증권은 ‘국내 1호 증권사’로 70년간 금융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왔지만, 아직 자기자본 규모가 2조원에 미치지 못하는 중형 증권사에 속한다. 만약 종투사 인가를 받게 되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 대형 증권사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 진행 중인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에도 교보증권의 성장은 필수적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 이사회에서 생명보험 업황 악화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교보생명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하는 만큼, 자회사 중 가장 덩치가 큰 교보증권의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대표가 세 번째 임기 동안 교보증권의 자본확충을 어떻게 이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박 대표 취임 전인 2019년 9609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8773억원으로 4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기간 유동성비율은 125.6%에서 155.7%로, 순자본비율은 434.9%에서 830.4%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아직 종투사 전환 요건인 3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모자란 1조원을 채우기 위해 교보증권은 지난해 8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500억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문제는 자본확충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상증자는 일반적으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지난 2019년 한때 1만원을 돌파했던 교보증권 주가는 2020년 6월과 2023년 8월 두 차례의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하락해 지난해 11월 24일에는 47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27일 오후 1시 현재 교보증권 주가는 5340원으로 액면가와 큰 차이가 없다. 

교보증권이 유상증자만으로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하려면 매년 1800억원대의 증자가 필요하다. 만약 교보증권이 종투사 전환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반복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에는 소액주주 윤모씨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교보증권을 대상으로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구 내용은 지난해 8월 31일 시행된 액면 5000원의 보통주식 4930만9665주의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는 것이다. 

일부 주주들은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 “종투사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건 또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선언 아니냐”, “차라리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한 뒤 상장폐지해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하라”,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주주를 응원한다”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저PBR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교보증권에 대한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한편, 교보생명은 전날 주총에서 소액주주 기준 보통주 1주당 250원, 최대주주는 무배당인 차등배당 안건을 의결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교보증권은지난 2020년부터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차등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비록 주가는 횡보 중이지만 유상증자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도 뚜렷하다. 교보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03억원으로 전년 대비 56.1% 증가했는데 이는 자기자본 2조원 미만 증권사 중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3년 더 교보증권을 이끌게 된 박봉권 대표가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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