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한국 금거래소에서 판매되는 골드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한국 금거래소에서 판매되는 골드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최근 국제 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내 금값도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록적인 양의 금을 계속 매입하고 있기 때문에 금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이 장중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2200달러(약 293만원)를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다. 이달 초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금 선물값 역시 선물 거래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22일 기준 4월물 금 가격은 전일 대비 25달러 하락한 2160달러에 마감했다. 

국내 금값도 마찬가지로 지난 21일 기준 한국금거래소(KRX)에서 그램당 9만3884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이는 한 돈짜리 돌 반지 가격이 35만 원을 넘은 셈이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25일 기준 국내 금 시세는 매입기준(3.75g) 39만8000원이다. 

금값이 계속 오르는 데는 미국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금의 대체재인 달러화 약세가 예상될 뿐 아니라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금 매수를 늘리고 있는 것도 금값 강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3회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됐다. 

이는 실질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예적금·현금대비 실물자산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유가의 최근 상승세로 단기 내 물가 우려가 다시 부상한다면 부담이 되겠지만, 금리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카시 도시 시티 북미 상품 리서치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4년 하반기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배경으로 2024년 하반기에는 온스당 2300달러까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금평의회(WGC)에 따르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지난 2년 간 해마다 1000톤(t) 이상의 금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취약한 경제와 궁지에 몰린 부동산으로 인해 개인 금 투자가 여전히 견조한 가운데 더 많은 투자자들을 안전자산으로 몰았다고 WGC는 밝혔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쟁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에 대한 방증으로 해석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225톤, 약 150억 달러어치의 금을 매입해 관련 통계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금 소비 2위 국가는 폴란드였다. 지난해 130톤의 금을 사들였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바로 옆에서 진행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는 76.51톤을 사들인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순금 매입에 힘입어 2023년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순금 매입량을 기록했다.

한편, 국내 증권가에서도 금값의 추가적인 상승세를 전망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대선에 임박할수록 금의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매력도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한비·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대선 모멘텀이 금 가격의 추가 상승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시즌은 항상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였는데, 경제정책 불확실성 중에서도 재정정책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재정정책을 둘러싼 양당 입장차 여전한 가운데 현재 미국의 정부부채, 재정적자는 각각 GDP 대비 120%, 6%”라면서 “일각에선 이가 정부 신용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져 달러 약세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오·김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더욱 강경한 대외정책을 예고하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대선에 임박할수록 금의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매력도 부각될 수 있다. 금 가격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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