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대신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며 종합금융투자서업자(종투사) 전환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대신증권은 지난 21일 상환전환우선주(RCPS) 437만2618주를 발행해 운영자금 2300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대신증권은 이번 유상증자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주주가체 훼손 없이 자본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RCPS는 특정 조건에서만 보통주로 전환되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증권의 유상증자는 종투사 인가를 받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종투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별도 기준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내부통제기준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2조8532억원으로 종투사 기준에 약 1500억원 모자란다. 

이 때문에 대신증권은 지난해부터 종투사 도전을 목표로 세우고 계열사 배당, 보유자산 재평가 등 자본확충에 힘써왔다. 또한 매각가격이 6000~7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해, 지난해 8월 이지스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침체로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옥 매각이 어려워지자, RCPS 발행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자를 통해 2300억원의 자본이 확충되면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원을 넘어 종투사 인가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대신증권이 종투사 전환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사업을 확장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종투사에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헤지펀드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할 수 있어 사업 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현재 종투사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증권 등 9곳이다. 만약 대신증권이 종투사 전환에 성공하면 ‘10호 종투사’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대신증권은 과거 5대 증권사(대신·대우·동서·쌍용·LG)가 외환위기로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유일하게 버텨낸 굴지의 대형 증권사였으나, 이후 경쟁사 대비 성장이 둔화하면서 규모 면에서 뒤처진 상태다. 반면 2022년 9번째 종투사로 지정된 키움증권은 지난 2002년 자기자본이 535억원에 불과했으나, 최근 4조원을 돌파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까지 노리고 있다. 

종투사 전환은 오너일가 3세인 양홍석 부회장이 지난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부터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경영목표다. 올해 대신증권이 종투사 전환에 성공해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3세 경영체제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신증권은) 빠른 시일 내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을 통해 10번째 대형증권사로 지정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라며 “향후 확대된 자본으로 IB 영업, 그중에서도 PBS 업무를 먼저 시작할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미 9개 종투사가 치열하게 경쟁 중인 만큼, 우선 내실을 다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8일 대신증권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정하면서 “종투사로 지정되더라도 비우호적인 업황 하에서 기존에 진입한 종투사 간의 경쟁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이어 “대신증권은 현재 본업과 계열 전반을 포함하여 국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규모가 경쟁사 대비 다소 큰 편으로, 종투사 지정 이후 양적 위험 확대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며 “업무영역 확대에 걸맞는 영업 경쟁력 확보와 리스크관리 등을 통한 이익창출력 확대, 지속적인 자본 성장과 시장지위 제고 등 실질적인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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