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통위원장 = 뉴시스
김홍일 방통위원장 = 뉴시스

[이코리아] 방송통신위원회가 각종 방송 규제를 완화하고 AI 등 새로운 디지털서비스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규범을 마련한다. 

방통위는 21일 ‘신뢰받고 혁신하는 글로벌 미디어 강국’을 비전으로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일상화, 보편화에 따라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 요구가 증대하는 등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여 ‘신뢰받고 혁신하는 글로벌 미디어 강국’ 구현을 위한 3대 핵심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3대 핵심 과제는 각각 ▲혁신 성장 기반 조성 ▲미디어 공공성 재정립 ▲디지털 동행사회 구현이다.

특히 방통위는 올해 AI의 각종 부작용을 방지하고 이용자의 보호를 강화하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AI 서비스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역기능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인공지능서비스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또 AI로 생성된 콘텐츠를 게시할 경우 AI 생성물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인공지능 관련 피해구제를 위한 신고 전담창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AI가 딥페이크 등의 수단으로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나오는 대책이다. 이에 앞서 중앙선관위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시점에서 AI 기반 딥페이크 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규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 밖에도 포털, OTT 등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자율준칙을 시행하도록 하고,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를 구성해 운영내역을 공개하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국회에는 현재 7개의 인공지능 관련 법안을 통합한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해당 법안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제공하면서 지켜야 할 윤리적 원칙 등을 규정해 인공지능을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일각에서 해당 법안이 인공지능산업 육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용자 보호와 관련된 규제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던 만큼 방통위가 이런 부분을 보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방통위 누리집
= 방통위 누리집

각 핵심 과제의 세부 내용도 들여다봤다. 먼저 '혁신 성장 기반 조성'을 위해 방송, 통신, 미디어 분야의 각종 법제를 개편한다. 지상파와 종편에 적용되는 방송법, 유료 방송에 적용되는 IPTV법, OTT에 적용되는 전기통신사업법 등 각종 개별법에 분산된 미디어 규율체계를 통합 정비해 신·구 미디어를 포괄하는 ‘통합미디어법’ 입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각 미디어 사업자간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미디어산업의 진흥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방송‧통신‧미디어 산업의 활력을 제고하는 방안도 담겼다. 방송사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상파‧종편·보도PP의 허가‧승인 유효기간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국내 방송사 글로벌 경쟁력 강화,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소유, 겸영규제를 완화한다. 또 최신 방송기술을 반영한 새로운 광고 유형을 허용하는 등 방송 광고의 유형을 간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한다.

또 방송편성 규제를 완화해 방송-OTT간 규제 불균형을 해소한다. 이를 위해 오락프로그램 편성 비율 및 1개국 수입물 편성규제의 폐지를 검토하고 순수외주제작 의무편성을 완화하는 등의 방송법 개정안을 올해 하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폐지를 추진하여 경쟁을 촉진하고, 이통사‧유통점‧알뜰폰사업자의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 등 법 위반행위 점검을 통해 이용자 중심의 통신시장 질서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법안으로, 요금제와 연계된 휴대전화 보조금의 차등 지급을 금지해 휴대전화 판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로 시행되었다. 단통법으로 인해 소비자들 간의 보조금 격차는 사라졌지만, 통신 3사가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자 경쟁 역시 사라져 독과점 체계가 굳어지고 국민들이 단말기를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국회와 논의를 거쳐 단말기유통법 폐지 및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소비자, 업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통신사와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또 최근 요금변동이 발생한 OTT 등의 금지행위 위반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12월 유튜브가 국내 이용자의 '유튜브 프리미엄'의 구독료를 기습 인상한 데 이어 넷플릭스가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제의 신규이용자 가입을 막으며 ‘스트림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지난 12월 주요 OTT의 요금 인상과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밖에 플랫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쇼핑 등 이용률이 높은 앱‧웹 서비스의 가입‧이용 불편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미디어 공공성 재정립' 과제의 경우 각종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침이 담겼다.  허위조작정보 확산 방지 및 폐해 최소화를 위해 허위조작정보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플랫폼사의 자율규제 활성화를 위한 모니터링‧신고처리, 기술적‧관리적 조치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한다. 

포털사별 뉴스제휴 평가기구를 구성하고, 평가기준·평가결과 등 운영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며 심사 탈락사에 대한 재평가 기회를 제공하는 등 포털이 뉴스 매개자로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최소한의 공적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도 포함되어 있다. 또 허위조작정보 정의, 생성‧유포에 대한 포털·플랫폼사의 자율규제 등 책임을 강화하고 매크로 부정이용 등 여론 왜곡‧조작 행위 금지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도록 한다.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시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심사평가를 강화하는 한편, 허위‧기만‧왜곡 방송으로 심의규정을 반복 위반한 방송사에 대해서는 방송평가시 감점 등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디어 공공성 재정립' 과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방심위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 제재가 크게 늘어났으며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는 등 정치심의 논란이 나오는 상황에서 방송 공정성과 포털뉴스 서비스에 대한 제도 개선이 업무계획에 포함되며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동행사회 구현' 과제에서는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방안이 담겼다. 재외국민의 여권 기반 본인확인수단을 마련하고, 14세 미만 아동의 본인확인절차 개선을 위해 본인확인기관이 가족관계등록부를 온라인으로 열람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또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TV 지원을 확대하고 장애인방송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 대상을 현행 지상파방송사업자‧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PP)에서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보도PP)까지 확대하는 등 소외계층의 미디어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마약‧도박 등 불법‧유해정보 범람에 대응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기간을 단축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불법정보를 신속히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하여 디지털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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