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3월 21일 KRX 증권지수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1월 2일~3월 21일 KRX 증권지수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밸류업’ 기대감으로 증권주가 연초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상승폭이 차별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14.96포인트(1.99%) 오른 768.28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연초(647.51) 대비 120.77포인트(18.7%)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2%)의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실적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해외 대체투자 손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부담 등 각종 악재가 겹쳤음에도 증권주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불러온 ‘저PBR(wnrktnㄴ자산비율)’ 열풍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증권주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을 공식화한 지난 1월 24일부터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 647.51로 새해를 시작한 KRX 증권지수는 23일 614.66까지 떨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밸류업 이후 상승 전환해 이달 4일 775.04까지 급등했다. 이후 금융당국의 홍콩 ELS 배상기준안 발표,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대체투자 손실 우려 등의 이슈가 겹치며 증권주 주가는 700 중후반대를 횡보하고 있다. 

3월 들어 증권주의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종목별로 뚜렷한 차별화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고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증권사의 경우 다른 증권사보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주주환원에 인색한 증권사는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키움증권은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13일 보유 중인 자사주 209만5345주(발행주식의 7.99%)를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3분의 1씩 소각하고 내년까지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30% 이상의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이 발표되면서 키움증권 주가도 급등했다. 공시 전날(12일) 12만4600원이었던 키움증권 주가는 13~14일 2거래일에 걸쳐 1만100원(8.1%)이나 올랐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주가가 하락과 반등을 거듭해 21일 현재 13만3800원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연초(9만7800원) 대비 3만6000원(36.8%)이나 오른 수준이다.

NH투자증권 또한 지난 12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통주 417만주를 매입 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입 규모만 약 500억원으로 이는 지난 2011년 NH투자증권이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보상을 위해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13년 만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발표 후 NH투자증권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시 전날(11일) 1만1710원이었던 NH투자증권 주가는 공시 후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4일 1만3060원(1350원, 11.5%)까지 급등했다. 21일 NH투자증권 주가는 1만2870원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별다른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지 못한 증권사의 주가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1년 이후 2년째 배당을 하지 않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이달 들어 주가가 4475원에서 4085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연초(3545원)와 비교하면 15%나 오른 것이지만, 다른 고배당 증권주에 비하면 최근 부진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저배당 정책을 발표한 SK증권도 주가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SK증권은 지난 6일 보통주 1주당 2원, 우선주 1주당 7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연초 641원이었던 SK증권은 이달 21일 623원으로 오히려 18원(2.8%) 하락한 상태다. 

한편,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키움증권은 증권 내 성장주로 인식돼왔지만 이제는 배당주의 특징도 보유했다”며 목표주가를 18만원으로 상향했다.

윤 연구원은 “최근 대형사의 자사주 소각 결정이 주가에 트리거가 되는 모습”이라며 “ELS 등의 이슈가 해소됐으며 시장은 신규 주주환원 계획 발표에 더 크게 반응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과 함께 저평가된 증권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