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미국 환경보호청(EPA) 공식 엑스닷컴 계정 갈무리
출처=미국 환경보호청(EPA) 공식 엑스닷컴 계정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이 전기차 보급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미국 CBS뉴스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이날 발표한 새 규제는 2027년식부터 2032년식 차량에 적용되며, 6년간 단계적으로 이산화탄소(CO₂)와 질소산화물(NOx)비메탄유기가스(NMOG) 등의 배출 허용량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은 이 규정이 전기차 의무사항이라기보다는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하고 공중보건을 보호하기 위한 공해 규정임을 강조해왔다. 이번 차량 배출가스 규제 도입으로 205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0억 톤(t)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전기에 의존하는 친환경 자동차 쪽으로 선회함으로써, 이 규정이 2055년까지 소비자들에게 연간 연료비 절감액 약 460억 달러(약 60조9960억 원)와 운전자들을 위한 연간 유지 및 수리비 절감액 약 160억 달러(약 21조2160억 원)를 절감할 것으로 미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더불어 탄소배출량과 다른 해로운 대기오염물질의 감소가 조기 사망을 예방하고 심장마비,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은 물론 천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4월, 환경보호청은 해당 규정안을 처음 공개했는데 자동차 업계의 반발이 컸던 바 있다.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강화된 기준을 맞추려면 내연기관차의 기술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어 배출량이 적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보호청은 수개월 간의 자동차 산업 및 노동 관계자들과 대화한 후 최종 규정에서는 자동차 업계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 요건을 완화했다. 배출가스 기준을 처음부터 급격하게 강화하지 않고 2027∼2029년에는 더 천천히 추진할 방침이다. 또 2032년식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2026년식보다 49% 줄이도록 했다.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다가올 대선을 맞아 자동차 산업 종사자가 많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스윙 스테이트에 대한 배려를 이유로 들며 차량 배기가스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AP통신은 “민주당 대통령에게는 자동차 업계의 협조와 핵심 정치 투표권인 자동차 노동자들의 정치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3년 전, 나는 2030년에 판매되는 모든 새 자동차와 트럭의 절반이 배출가스 제로가 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며  “미국 노동자들은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 것으로, 각각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스탬프가 찍힌 깨끗한 자동차와 트럭을 만들 것”라고 말했다. 

바이든을 지지한 전미자동차노조는 업계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환경에 이익이 되는 규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로운 규정은 내연기관 차량을 만드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자동차 제조업체가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모든 범위의 자동차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들 주에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질 경우, 내연기관차를 주로 생산해온 전통적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전기차 판매 둔화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47% 증가해 사상 최대인 119만대를 기록했고, 전기차 시장점유율도 7.6%로 상승했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됐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전기·수소차 비율을 2026년 35%, 2035년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펜실베이니아·콜로라도·네바다 등 15개 주도 캘리포니아 배출가스 기준을 표준으로 삼아 적용 중이다. 

교통수단은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8%를 배출한다. CBS뉴스는 “새로운 배출가스 규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10년 말까지 총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50~52% 줄이겠다는 오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존 보젤라 자동차혁신협회 회장은 “오늘 발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기차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진짜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젤라 회장은 “(전기차가) 훨씬 더 야심찬 판매 수준에 도달하려면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이 바뀌어야 한다”며 “충전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2021년 말 통과된 인프라법에서 50억 달러를 책정했지만, 출시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021년 11월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2030년까지 50만 대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 10월에야 오하이오주에서 첫 번째 충전기가 온라인에 접속했다.

미카엘 리건 EPA 행정관은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충전)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봐왔고, 앞으로도 (충전)인프라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산업, 민간 부문, 좋은 정책이 전기차가 우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융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초 현재 33개 주가 충전기 요청서를 제출했으며, 16개 주가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설치가 진행 중이다. 미국 에너지·교통 공동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미 전역에 17만 개의 공공 충전소가 있으며, 매주 평균 900개의 충전기가 새로 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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