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려아연
사진=고려아연

[이코리아]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였던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영풍 사이 경영권 갈등이 소송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6일 영풍이 서울중앙지법에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했다고 20일 공시했다.  대상이 되는 주식은 지난해 9월 13일에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계열사 'HMG글로벌'에 제3자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한 액면금액 5000원의 보통주식 104만5430주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주당 가격은 50만4333원으로, 총 거래금액은 약 5272억 원 규모다.

HMG 글로벌은 2022년 현대차그룹이 그룹 신사업 및 미래 전략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한 미국 현지 법인으로, 현대차가 4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해당 자금을 토대로 약 5063억 원의 자본지출(capex)을 투입해 니켈금속 기준 4.26만 톤 생산능력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건설할 계획이며,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회사는 협약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 소재인 니켈 공동 구매와 광산 개발 등 안전적인 공급망 구축과 폐배터리 재활용 등 신사업의 공동 추진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풍은 소장에서 상법과 대법원 판결 등을 인용하며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신주 배정을 할 수 있다”며 고려아연과 HMG글로벌 간 신주발행에 대해 “위와 같은 사유가 없음에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HMG글로벌에 대한 제3자 배정은 회사의 합리적인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법 등 관련 법규와 회사의 정관을 토대로 경영상 목적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영풍의 주장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새로운 기회로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한 이차전지 밸류체인 구축, 전기차 산업 분야에서의 기술 교류 등 단순한 사업협력을 넘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기술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거나 이를 애써 부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재계는 동업자 정신과 상호 독립경영으로 대표되던 두 가문이 소송까지 제기하며 ‘경영권 분쟁’을 공식화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 이후 3대째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왔다. 

현재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 회장을 포함한 최씨 일가가, 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맡고 있다. 하지만 고(故) 최기호 고려아연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부회장이 2022년 12월 고려아연 회장에 오르면서 두 집안의 지분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에 대해 한 재계관계자는 “주총 직후 양사 간 자율경영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며 서로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소송전이 공개됐다”면서 “지분 경쟁에 매몰되면 기업가치 하락과 주가 하락 등으로 다른 주주들로까지 피해가 전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서울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안건으로 상정한 배당결의안과 정관변경안에 대해 대주주인 영풍이 반대 의사와 함께 표대결을 선언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주총에서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은 통과됐다. 해당 안에는 결산 배당을 5000원으로 상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간 영풍은 ‘주주권익 침해’ 논리를 앞세워 기말결산배당금 1만원을 요구해왔다. 

반면, 배당안과 더불어 주총 핵심 안건으로 꼽힌 ‘정관 변경의 건’은 고려아연의 지분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참석 주주 과반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특별결의 통과 여건인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총의 주주 참석율은 평균 90%에 못 미친다”며 “정관 변경안에 반대해온 영풍과 장씨 일가의 반대만으로도 사실상 안건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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