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지난해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유지하며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한 KB금융지주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로 위기를 맞았다. ELS 배상에 따른 실적 저하로 1위 수성이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선제적으로 대손비용을 적립한 만큼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ELS를 판매한 시중은행들은 조만간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자율배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ELS 판매액이 가장 적은 우리은행부터 22일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안을 결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평균 배상비율은 40%, 배상 규모는 1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 또한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의 자율배상 논의가 진행되면서 홍콩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으로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그동안 판매된 ELS를 전수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배상 관련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판매 규모가 다른 은행보다 큰 만큼 구체적인 배상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 잔액은 지난해 6월말 기준 총 8조1972억에 달한다. 신한은행(2조 3701억원), 하나은행(2조 1782억원), 농협은행(2조 1310억원) 등도 판매잔액이 수조원대에 이르지만, 국민은행의 판매 규모는 다른 은행의 3배 이상이다. 

이 가운데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만 4조7447억원 규모다. 투자자 손실률 50%, 평균 배상비율을 40%로 단순 가정할 경우, 국민은행의 배상 규모는 상반기에만 9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국민은행 당기순이익(3조2615억원)의 29%,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4조6319억원)의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KB금융이 올해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성장하며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실제 신한(6.4%), 하나(△3.3%), 우리(△19.9%) 등 다른 금융지주사 순익이 감소한 반면,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5%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의 20%에 달하는 배상 부담이 더해진다면, 올해 ‘리딩금융’ 자리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홍콩 ELS 미상환 잔액의 절반 가량을 KB국민은행에서 판매했고, 손실가능구간에 있는 잔액도 상당해 향후 ELS 이슈 전개 과정에 따라 투자심리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라며 “ELS 관련 배상 이슈는 단순히 손익 영향 외에도 운영리스크 등에 영향을 미쳐 자본비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미 지난해 충분히 대손비용을 적립한 만큼, 올해 대손비용 하락분이 ELS 배상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슈의 영향이 가장 큰 KB금융지주 기준, 지난해 대규모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연간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3.1조원”이라며 “올해 충당금 부담이 지난해보다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면 ELS 손실 배상액 상당 부분은 충당금 감소로 상쇄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연간 이익은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 또한 “선제적으로 버퍼를 확보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추세가 이어지더라도 대손비용은 약 2조원 내외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ELS 관련 배상 금액이 현재 약 8천억~1조원 내외로 예상되는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일정 규모의 배상이 이루어지더라도 대손비용 하락 영향이 어느 정도 상쇄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배상 논의와 관련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해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콩 ELS 손실 사태에 직면한 KB금융이 올해도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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