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정책 이행현황. 자료=현대모비스
주주환원정책 이행현황. 자료=현대모비스

[이코리아] 완성차 솔루션 기업 현대모비스가 정부의 스튜어드 십 코드 개정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그간 지지부진한 소프트웨어·전동화 등 차세대 사업 전환 비용 부담을 떨치고 줄어든 부품사업 수익성의 전환도 이루어낼 지에 대해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단기성과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해나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14일 금융위원회에서 7년 만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이 진행된 직후 현대모비스 주가가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안 발표 직후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4.54%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7조원의 순현금을 보유했음에도 주주환원정책 강화 측면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왔던 현대모비스의 향후 밸류업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결산 배당으로는 주당 3500원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하면 연간 총 4500원으로, 2022년 대비 주당 500원 확대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이 단기적으로는 현대모비스의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 확대 등의 직접적인 ROE 개선안을 이끌어내는 정도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향후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있게 될 경우, 이 역시 시장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만성적 디스카운트 요인 해소로 해석할 것으로 예상한다”한다면서 “자본시장법, 상법 개정 등 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올해가 순환출자 해소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또 “올 1분기 실적 시즌에 지난해 상반기의 낮은 이익 기저 및 A/S 손익 정상화에 기인한 증익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사업부의 현대차 이관 작업이 5월 중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라, 현대모비스 전동화 사업부 2분기 손익에서는 일부 배제되고 3분기 손익부터는 완전 배제되기 시작하면서 하반기 손익분기점(BEP)달성에 도전할 전망”이라면서 “그동안 큰 틀에서의 밸류업 대응 차원에서는 완성차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왔으나, 정책의 세부안이 구체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로 관심이 옮겨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외에 현대모비스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키움증권은 현대모비스가 △올해 1분기 매출 14조2989억원, 영업이익 6941억원 △2분기 15조113억원, 영업이익 7437억원 △3분기 매출 14조5799억원, 영업이익 7290억원 △4분기 매출 15조7932억원, 영업이익 7417억원으로 견조한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키움증권은 현대모비스 투자의견으로 '매수', 목표주가는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높였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4분기 모듈 및 핵심부품 부문의 부진 속 영업이익이 20.8%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현대모비스는 프론트엔드모듈, 샤시모듈, 칵핏모듈 등 자동차 3대 핵심 모듈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으며, 사업분야는 크게 모듈·핵심부품과 A·S사업 두 가지로 나뉜다.

현대모비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2023년 모듈사업 부문은 1555억 원으로 영업손실률 0.2%로 적자전환했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모듈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9%로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현대차(9.3%), 기아(11.6%)보다 크게 떨어졌다. 

그룹사 완성차 판매량과 수익률은 날로 커져 가는데, 여기에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의 부품 사업 수익성은 거꾸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덴소, 보쉬, 델파이 등 글로벌 경쟁 부품사들이 평균 5~10%대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 같은 괴리가 생겨나는 이유가 뭘까.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전동화라는 사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전동화부품의 흑자 전환이 지연되고 있는데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세와 전기차 가격경쟁, 투자비 증가 등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4분기에만 800억 원대의 핵심부품 품질비용이 발생했다. 최근 현대차·기아 차량은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리콜 조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용을 공급사인 현대모비스가 책임지는 구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낮은 이익률이 모기업인 현대자동차 그룹의 가치 향상을 위해 낮은 단가의 제품을 공급한 영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손실은 모듈 외 A/S 사업 등 다른 사업 분야에서 마진율을 높여 수익을 메꾸고 있다는 추측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모듈 이익률이 좋지 않은 것은 팩트이나 공급 정책이나 시장가는 정해져 있다. 인위적으로 단가를 조정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전동화 거점 및 국내 신규 전동화 거점 확보로 인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또 지난해 기준 연구개발 인력도 7000명이 넘는다”면서 “회사 운영 측면에서 대규모 시설 투자 및 인력 확충으로 인한 부분들”이라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또 리콜과 관련해 “귀책사유를 따져 품질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주요 전동화 제품 수주를 바탕으로 93억3500만 달러의 핵심부품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설비 투자 규모도 지난해 2조6000억 원 수준에서 올해 3조1831억 원으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생산설비 투자와 R&D 시설투자 모두 확대한다. 

증권가에서는 3월 완성차 생산실적이 1~2월과는 큰 폭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1분기 실적의 눈높이가 섹터 전반적으로 올라올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말, 4월초의 경우 부품업체들의 어닝 컨센서스 상향조정이 가능해지는 시점”이라면서 “현대모비스의 경우 PBR 0.6배로 완성차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완성차의 SUV 신차사이클에 밀접하게 이익이 동행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실적의 핵심인 부품제조 분야 매출액은 완성차 믹스개선과 논-캡티브(Non-Captive) 수주분이 집중되면서 올해 1분기에도 10% 후반대의 매출 증가율이 보일 것”이라면서 “2023년에는 부품제조 매출액이 전년대비 11% 상승한 11조원에 육박한다. 2024년에도 실적 턴어라운드의 핵심 변수로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미래모빌리티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전동화를 앞세워 올해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 모두발언에서 “올해는 글로벌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차별화된 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확보해 ‘모빌리티 톱 플레이어’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미래 모빌리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생존을 위한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며 “시장을 선도할 1등 제품군을 육성해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회사는 글로벌 수주 확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북미와 유럽 등지에 전동화 거점을 추가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중장기 경쟁력의 토대를 다지고, 시장과 고객의 니즈, 나아가 모빌리티 혁신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통한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주주 환원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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