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 픽사베이

[이코리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 AI,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AI 분야의 패권을 장악한 가운데 세계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소수의 국가, 기업이 AI를 독점하는 상황에 맞서 비영어권 국가가 자국의 언어, 문화를 학습시켜 자국의 환경에 맞는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소버린 AI’ 전략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소버린 AI란 국가나 기업이 자체적인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여 독립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체적인 AI 인프라를 보유해 특정 국가, 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AI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엔비디아 누리집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엔비디아 누리집

주요 기술기업 관계자들 역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소버린 AI의 부상을 두고 세계가 인공지능의 제2의 물결을 겪고 있다고 관측했다. 오픈 AI 등 민간 기업이 첫 번째 물결을 주도했다면, 두 번째 물결은 각국 정부가 고유한 언어와 문화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자체적인 AI를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그는 생성 AI가 혁신을 주도하는 시대에 데이터 주권은 문화적, 경제적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CEO 역시 “나는 모든 국가가 AI를 위한 대규모 언어 모델을 포함해 인공지능에 대한 주권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라며 세계 각국이 국가 AI 컴퓨팅 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20일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AI 산업 육성을 위해 400억 달러 (약 54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올해 하반기에 출범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PIF는 최근 몇 주간 AI 펀드 조성을 위해 안드레센호로비츠 등 글로벌 금융기업들과 파트너십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왔으며, 사우디 관계자들은 반도체 제도업체와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포함해 AI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데 관심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전부터 AI 허브가 되기 위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야시르 알-루마얀 PIF 총재는 미국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 컨퍼런스에 참석해 “AI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화석 연료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는 글로벌 리더의 위치에 있다.”라며 “사우디는 미국 외의 지역에서 AI 허브가 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 역시 AI 분야에 국가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12일 이탈리아의 AI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30억 유로 (약 4조 3,600억 원) 규모의 투자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책은행 CDP에서 10억 유로를 출자한 뒤 민간 부문에서 20억 유로를 조달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알레시오 부티 내각 차관은 향후 몇 주 안에 발표될 예정인 법안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국가 AI 전략의 실행을 감독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국가적으로 AI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범부처 AI 위원회는 14일 프랑스 정부가 AI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범부처 AI 위원회는 지난해 9월 프랑스 총리실이 위촉한 약 15명의 전문가가 모여 출범한 위원회다.

르몽드에 따르면 위원회는 AI를 성장과 일자리의 잠재적 원천으로 지칭하며 생산성 향상과 아이디어 창출 능력 향상을 통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AI는 전기나 자동차에 비견되는 '피할 수 없는 기술 혁명'이라고 말하며 프랑스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경제적 가치를 다른 나라에 빼앗길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 부문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원회는 프랑스가 AI 산업의 최첨단에 위치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에 기술을 배포하기 위해 5년 동안 매년 50억 유로(약 7조 원)를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국가 주요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가운데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총 5조원을 투입한다고 지난 1월 밝혔다. 특히 AI 분야는 지난해 대비 약 700억원이 증가한 7,772억원을 투자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난제 해결 및 융합·원천기술 확보를 지원한다는 계획이. 차세대 생성 AI 기술개발(40억원), 복합 지능 자율 행동체 SW 핵심 기술개발(30억원) 등이 추진된다.

국내의 주요 기술기업들 역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 X’를 공개한 네이버는 AI 개발 초기부터 한국어 기반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하이퍼클로바 X는 한국판 AI 성능 평가 체계 ‘KMMLU(Measuring 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 in Korean)’에서 오픈 AI와 구글의 AI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KMMLU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는 오픈 AI의 'GPT 3.5 터보'나 구글의 '제미나이-프로' 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특히 한국 특화 지식에서는 오픈AI의 'GPT 4' 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등 교육,법률 등 현지 정보의 중요성이 큰 산업 분야에서 하이퍼클로바X의 강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 역시 한국어에 특화된 언어 모델 ‘코GPT 2.0’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카카오톡과 AI를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며, 코GPT 2.0의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