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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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을 불러온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와 관련해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9일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파두 상장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해 8월 7일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파두는 당시 약 1.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바 있다. 상장 전 파두가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시장의 성장 및 신규사업 등을 통해 매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연간 매출이 전년(564억원) 대비 2배가 넘는 120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파두의 지난해 1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54% 늘어난 177억원으로 가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기 충분했다. 하지만 투자설명서에 밝힌 전망과 달리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으로 매출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파두가 지난 20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매출은 224억원으로 전년(564억원) 대비 60%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파두의 주가도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9일 파두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9월 한때 4만71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0일 현재 1만885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39.2% 낮은 수준이다.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파두와 상장 심사를 맡은 주관사들이 고의로 실적 부진을 숨긴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지난 14일 파두와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소송은 파두의 IPO로 인해 손해를 입은 주주들이 제기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이다. 한누리는 “(파두는) 공모 당시 공시서류에 ‘2023년 2분기 주요 거래처의 발주 취소 등으로 인해 파두의 2분기 매출이 사실상 제로이고, 향후 실적도 비관적이라는 사실’을 누락하고 오히려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처럼 거짓 기재하며 공모 및 상장을 강행했다”라고 말했다.

한누리는 이어 “파두와 상장주관사들은 공모 당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피고 회사의 매출이 2023년도에도 지속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도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한 1203억 원에 달할 것이다’, ‘증권신고서 작성 기준일 이후 수주현황, 손익사항 등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발생한 주요사항이 없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라며 “근거 없이 부풀려진 예상매출액과 예상순이익을 토대로 주식가치를 평가하여 공모가격을 액면가(100원)의 310배에 해당하는 3만1000원으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의 집단소송과 금감원의 압수수색으로 인해 파두 사태에 대한 주관사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누리는 “이런 충격적인 매출을 적어도 파두는 알았을 것이고 주관증권사들도 2분기 잠정실적을 요구했을 것이므로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파두와 주관증권사들은 7월 초순 상장 및 공모절차를 중단하고 수요예측이나 청약 등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기술특례 문턱을 낮춘 금융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술특례상장은 혁신 기술을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수익성이 부족해 재무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에게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로 지난 2005년 도입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첨단 기술기업에 대한 기술평가를 2회에서 1회로 줄이고 ▲사업성 외 사유로 상장에 실패한 기업이 6개월 내 재도전하는 경우 ‘신속심사제도’를 적용하는 등 기술특례상장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규제 완화로 인해 실적을 부풀려 공모가를 높이는 ‘뻥튀기’ 상장 우려도 함께 커졌다는 점이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금감원은 부실 상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공모가 산정 방식을 개선한 증권신고서·사업보고서 공시 서식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파두는 지난달 7일 주주서한을 통해 실적이 정상화될 때까지 대표이사 2명이 ‘무보수 경영’을 하겠다며 주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파두는 “(낸드 및 기업용 SSD 시장의) 업황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그동안 신뢰를 구축해온 기존 고객군과 새롭게 확보한 고객들을 기반으로 당사의 실적 역시 명확한 성장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3월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당사 현황과 향후 방향성을 중심으로 주주 여러분들과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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