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토스뱅크가 지난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14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해 159억59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아직 결산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하나금융의 관계사인 만큼 하나금융 사업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비록 아쉽게 연간 흑자 전환에 실패했지만, 토스뱅크의 실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실제 토스뱅크는 지난 2022년 24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불과 1년 만에 적자 폭을 93%나 줄인 셈이다. 

특히 분기마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384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3분기 86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공시 내용대로라면 토스뱅크는 4분기 139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주자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토스뱅크는 지난 1월 11일 기준 고객 수 900만명을 돌파하며 먼저 출범한 케이·카카오뱅크와의 격차를 꾸준히 좁히고 있다. 연 금리 2%의 파킹통장,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 목돈 굴리기, 굴비 적금, 중도상환 수수료 무료 정책 등 다양한 혁신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낸 것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덕분에 토스뱅크는 지난 2021년 10월 출범 이후 1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첫 월간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에는 출범 2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만약 올해 토스뱅크가 연간 흑자를 기록한다면, 출범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게 된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출범(2017년 7월) 3년 만인 2019년, 케이뱅크는 출범(2017년 4월) 4년만인 2021년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케이·카카오뱅크에 이어 ‘막내’ 토스뱅크까지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가파른 성장이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 지표는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 중인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총자산이익률(ROA)은 전년 대비 0.05%포인트 오른 0.72%, 은행권 평균(0.58%)을 상회했으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5.97%로 전년 대비 1.28%포인트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평균(7.92%)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에 비해 성장성은 높으나, 수익성은 낮은 상태에 있어 수익성 개선이 매우 중요한 현안”이라며 “향후 성장성 둔화는 희생하더라도 수익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세븐은행은  지난 2012년~2023년 10년간 평균 2.26%의 높은 ROA를 기록했다. 최근 5개년 평균으로 제한해도 1.77%로 카카오뱅크의 두 배가 넘는다. 

편의점 기반 ATM기기를 주된 사업 모델로 하는 세븐은행은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ATM 위치를 선정하고 있다. 또한 활발한 해외 진출을 통해 미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에서 1만6000개가 넘는 ATM기기를 운영하는 한편, 현금 선호 감소를 대비해 카드·전자화폐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며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븐은행과 달리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론)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소니은행은 지난해 스미토모 미쓰이 신탁은행과 제휴해 도미니엄 대출채권을 토큰화한 뒤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100억엔 규모의 부동산담보대출 중 1억엔을 디지털 증권으로 발행해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는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소니뱅크는 또한 투자신탁, 로보 어드바이저. 투자일임서비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등을 통해 비이자수익 확대 전략도 추진 중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수익원 발굴해온 만큼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이자이익 의존도는 국내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ATM 등 결제서비스가 주력 사업인 세븐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3%에 불과하며, 일본 인터넷 은행 중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소니은행도 이자이익 비중이 68% 수준이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43.9%로 일본 시중은행(60.2%)은 물론 국내 은행보다 낮은 편이다. 

반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전통적인 은행과 다른 ‘금융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아직 ‘플랫폼’을 통한 수입 비중이 크지 않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지난 2022년 기준 99% 수준이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플랫폼 편의성을 경쟁력 삼아 대환대출 경쟁에서 완승을 거두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만큼 향후 금리인하로 이자마진이 축소될 경우 성장이 둔화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논의되고 있는 데다, 시중은행도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개발을 화두로 삼고 있는 만큼 향후 경쟁 격화로 인해 기존 인터넷은행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에서도 4대 은행을 비롯해 전통적인 은행들도 디지털 금융상품과 판매채널을 통한 영업을 확대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고유의 영역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쟁격화나 비즈니스 모델 한계로 수익성이 저하되는 경우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떨어져 지분을 유지할 인센티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취지인 ‘포용금융’이 수익성·건전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지난해 6월말 기준 0.69%로, 국내은행 전체 비율(0.41%)보다 0.28%포인트 높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신용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8월말 기준 1.20%로 국내은행 전체의 가계대출(주담대 제외) 연체율인 0.62%의 2배에 달한다. 

이 연구위원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의무비율을 준수를 위해 이들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부실채권 비율과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라며 “향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상환능력평가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 본래의 취지인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비중을 확대하여 혁신적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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