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공식 엑스(X) 계정 갈무리
출처=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공식 엑스(X) 계정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 정부가 조선, 해운 산업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미철강노조(USW)를 포함한 미국 5개 노조가 USTR에 핵심 해양, 물류, 조선 분야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행동과 정책, 관행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청원했다고 밝혔다. 

이 청원은 1974년 무역법 301조에 의거하여 제기되었는데, 이 법령은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USTR이 공개한 청원서를 보면 5개 노조는 미국의 상업용 조선 산업이 1975년에만 해도 세계 시장을 선도했으나 지금은 점유율이 세계에서 건조되는 상업용 선박의 1%에도 못 미친다면서 “산업 회복에 가장 큰 장애물은 세계 최대 선박 건조국인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은 장기간에 걸친 조선 산업의 쇠퇴로 인해 자국 내 함정 건조 및 MRO(유지·보수·정비) 역량 또한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건조됐던 미국 함정들의 수명이 30~40년이 되어가면서 노후함정들의 교체 및 유지보수 필요성 또한 증대된 상황이다. 글로벌 선박 건조 점유율은 2023년 기준으로 중국이 59%, 한국이 23%, 일본이 13%인 반면 미국은 단 0.04%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최근 중국은 국방비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해군 현대화를 통해 해양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함정 보유 척 수는 이미 2015년부터 미국을 앞질렀으며, 2030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보유 함정 수가 각각 290척, 425척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개 노조는 중국 정부가 세계 조선, 해양, 물류 산업을 장악하려고 이들 산업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전 세계에 항만과 물류 시설망을 구축한 뒤 미국 선박과 해운사를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이 2015년 첨단제조업 육성 계획인 ‘중국 제조 2025’에서 조선업을 10대 우선 분야로 선정한 뒤로 조선업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여러 지원 정책을 시행하는 등 시장에 불공정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USTR에 미국 항구에 정박하는 중국산 선박에 요금을 부과하고, 국내 조선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며, 미국산 상선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USTR은 노조의 주장을 검토한 후 45일 이내에 조사를 개시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우리는 중국이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배터리, 핵심광물 같은 여러 분야에서 (중국에) 의존하게 하고 취약점을 만들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피해를 주고 우리 공급망을 실제로 위태롭게 하는 것을 봐왔다”고 말했다.

이어 “USTR과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노동자 가정을 가장 우선하고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며 우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매일 싸우고 있다”며 “이 청원을 자세히 검토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새로운 미중 분쟁으로 인해 한국의 조선업이 받을 영향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실질적인 반사이익은 제한적이나 기대감은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조선업에 대한 제재로 인해 글로벌 선주들이 한국 조선소를 선택하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단기적 관점에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약 3년 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쌓아둔 상황에서 선주가 제한적인 인도 슬롯과 높아지는 선가를 감당할 만큼의 제재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국내 조선소로의 발주 수요가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이어 “다만 올해 대선에서 여러 카드 중 하나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바이든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조선업 제재를 통한 미국의 중국 견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에 이에 따른 기대감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조선업 기반이 부족한 미국의 한국·일본 조선업 의존은 방산분야에서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신조보다는 상대적으로 아웃소싱이 용이한 MRO 분야에서 우방국으로 수요를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한국 및 일본과 실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현재까지는 미 해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조선소 주변 방공망 등의 이점 때문에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한국도 여전히 옵션으로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방한해 함정 건조 및 MRO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한화오션과 HD 현대중공업을 조선소를 방문했으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 현대그룹 부회장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함정 MRO시장은 2029년까지 6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 연구원은 함정 MRO 시장에 대해 “한국 조선소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며, 가장 큰 수요자인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의 시장 진출이 곧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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