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금융지주
사진=우리금융지주

[이코리아] 우리금융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서 26년 만에 완전 민영화 작업의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4일 주식시장 종료 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935만7960주(지분율 약 1.24%) 전량을 자사주로 매입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10월 5일 우리금융과 예금보험공사가 체결한 ‘주식양수도에 관한 기본협약’에 따른 이행 절차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우리금융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뤄졌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금융은 1998년 공적자금 지원 이후, 7차례 블록세일과 2016년 현(現) 과점주주 체제 도입을 위한 매각 등 26년에 걸친 공적자금 상환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하고 100% 민영화를 완성하게 됐다.

예금보험공사 또한 우리금융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초과 회수했다. 13일 종가 기준으로 이뤄진 이번 거래로 예금보험공사가 회수한 금액은 1366억원이다. 총 누적 회수액은 13조163억원으로, 그동안 우리금융에 지원된 공적자금 12조7663억원보다 2500억원(회수율 102%) 많다.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를 마무리하자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동안 주가 상승을 억제했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됐기 때문. 실제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민영화가 완료된 지난 14일, 전일 대비 560원(3.8%) 오른 1만5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15일 낮 12시 현재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80원(0.53%) 오른 1만524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하면 아직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다. 우리금융의 연초 대비 주가상승률은 14일 종가 기준 18.1%로 KRX은행지수(30.9%)보다는 12.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하나금융(50.9%), KB금융(46.6%), 신한지주(30.9%) 등 4대 금융 또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열풍을 타고 30~50%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로 인한 타격을 가장 덜 받은 곳인데다, 지난해 주주환원율(33.7%)도 전년 대비 7.5%포인트나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수치다. 

이 때문에 숙원이었던 완전 민영화를 마무리한 우리금융의 다음 행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락한 실적을 회복하고 부족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우리금융은 지난해 경쟁사에 비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전년 대비 19.9% 줄어든 2조51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3조 클럽 진입에 실패했다. 순익 증감율 또한 KB(11.5%), 신한(△6.4%), 하나(△3.3%) 중 가장 낮다. 4위 경쟁 중인 NH농협금융(2조2343억원)은 제쳤지만, 농협금융이 지난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4927억원의 분담금을 제외하면 순위가 뒤바뀐다. 

전반적인 금융지주사 부진 속에서도 우리금융의 실적 하락폭이 컸던 이유로는 과도한 은행 의존도가 꼽힌다. 지난해 우리금융 전체 순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9.9%에 달했다. 다른 금융지주사의 은행 비중도 60% 수준으로 높지만, 우리금융의 은행 기여도는 과도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금융이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 이후 비은행 부문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물이 나올 때마다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증권사 우선 인수’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 다양한 매물이 거론되고 있는 보험사과 달리, 증권사는 좀처럼 중대형 매물이 나오지 않아 인수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형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증권업 공백을 한 방에 해결해줄 ‘우량매물’은 아니지만, 우선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포스증권의 주력은 펀드 판매업인 데다 오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소형 증권사인 만큼 라이선스가 제한적이고 리테일 영업력도 부족하다는 점, 우리종금 또한 지점망이 부족해 합병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우리금융은 이번에 매입한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1000억원) 대비 약 40% 확대된 수준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시장의 높아진 기대치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금융의 주주환원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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