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대웅제약 AI 신약개발 시스템 'DAISY'. 사진=대웅제약
사진은 대웅제약 AI 신약개발 시스템 'DAISY'. 사진=대웅제약

[이코리아] 인공지능(AI)이 수년 내 범용 인공지능(AGI) 단계에 진입하며 인간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전망이다. 향후 수년 내 AGI 생태계의 급속한 팽창이 기대되는 가운데 특히 제약 업계에서는 신약개발에 있어 혁신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임상 단계~허가 승인) 소요 기간은 통상 10.3년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신약개발 속도와 관련해 AGI가 큰 변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24 기조연설에서 “2~3년 내 병원에서 AGI가 설계한 약을 볼 수 있는 동시에 치료가 어려운 신약 개발도 10년에서 1년 미만으로 단축될 것”으로 언급한 바 있다.

신약개발은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개발 기간이 소요되고 시장 진입이 높은 분야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개발은 평균 15년이 걸리고 통상 1만여 개 후보물질 중 단 1개만이 성공한다. 연구자들이 처음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데 평균 5년이 걸리고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후보물질을 추리는데 2년이 더 걸린다. 

여기서 의미 있는 물질 1개를 발견하고자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치는데 6년이 추가로 걸린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 FDA 승인을 받으려면 또 2년이 걸린다. 이 긴 15년의 과정 역시 최상의 시나리오로 가정했을 때 이야기다. 신약개발의 생산성 저하는 제약기업의 존폐와 연관된 문제로, 신약개발의 효율화를 통한 개발 비용 및 기간의 감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AI 기술을 적용할 경우 개발 기간과 비용을 약 절반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를 전제로 신약개발 기간 15년, 개발비용 2~3조원을 상정하고 있다. AI 기술을 적용할 경우 개발 기간은 7년, 비용은 약 6000억원으로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이 자료는 분석했다.

이에 AI 신약개발 기술이 신약개발의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실제 AI 기술의 신약개발 분야 적용이 증가하고 있다. 

AI는 신약개발 과정을 보다 시간과 비용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 요소로 인지되고 있어, 시장의 보수적인 분석에서도 28.8%의 높은 시장 성장률이 예측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인공지능(AI) 활용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 신약개발 시장은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에는 40억34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다 보수적인 전망에서는 연평균 28.8%의 성장률로 성장해 2027년 35억4860만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AI 신약개발 시장 상황은 어떨까.

한국의 AI 신약개발 시장은 2021년 1340만 달러 규모로 연평균 27.6%의 성장을 보이며 전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시장으로 파악된다. 또 연평균 34.6% 성장해 2026년 5910만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기업별로도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발하다. 대웅제약은 독자적 'AI 신약 개발 시스템'을 구축해 주요 화합물 8억 종의 분자 모델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8억 종은 지난 40여 년간 대웅제약이 신약 연구를 통해 확보한 화합물질과 현재 신약 개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화합물질의 결합체다.

대웅제약은 신약 후보물질 탐색의 첫 단계에 적용할 수 있는 ‘AIVS’ 툴을 개발했다. 이 툴은 AI가 표적 단백질 대상으로 ‘활성물질’을 발굴하는 시스템으로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탐색할 수 있고, 동일한 화학적 특성을 지니면서 특허가 가능한 새 활성물질을 생성형 AI로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DAISY)를 사내에 오픈한 이후 시스템 구축을 통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1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비·항암·당뇨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어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AI 전문가들을 영입해 기존의 연구원들과 함께 데이터 분석을 함으로써 데이터 해석의 인사이트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아이젠사이언스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 분야의 신규 후보물질 발굴에 속도를 높인다. 아이젠사이언스는 독자 보유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제안하고, 한미약품은 그동안 축적한 R&D 역량을 토대로 해당 물질의 도입 여부를 평가할 방침이다. 

동국제약도 온코빅스가 개발한 AI 약물 도출 플랫폼 ‘토프오믹스’를 다양한 질환군의 약물 설계에 적용해 연구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온코빅스의 최신 신약 개발 동향이 포함된 지적재산권을 단독으로 확보하고 파이프라인을 확충하여 항암제 신약 포트폴리오를 확대,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지난달 이화여자대학교와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신약 개발 협력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측은 각자의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AI 기반의 신약 개발 분야 협력을 강화해 학계와 산업계 간 협력의 모범 사례를 제시해 나갈 방침이다. 

또 엔비디아, LG, 카카오브레인 등 국내외 대기업들도 초거대 AI를 활용해 제약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프레임 워크를 개발 중에 있다. 

무엇보다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제도적 지원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지난해부터 일명 'K-멜로디' 사업인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연합학습은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고 분산 저장된 데이터를 로컬에서 학습시켜 분석 결과만을 중앙 서버로 전송하는 학습 기법이다. 제약을 포함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K-멜로디 사업에는 22개 제약사와 다수 AI·IT 기업, 대학 및 공공기관이 참여해 기업 간 분산된 데이터를 모아 공용 AI 모델을 개발, 이를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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