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13일 4대 금융지주 주가 상승률. 자료=한국거래소
3월 11~13일 4대 금융지주 주가 상승률.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배상기준안을 발표했지만, 은행주는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배상 부담에 따른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된 요인인 데다 주주환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홍콩ELS 손실사태에 대한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적합성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20~40%의 기본배상비율을 적용하고, 투자자의 ▲금융취약계층 여부 ▲ELS 투자경험 ▲금융지식 수준 등에 따라 배상비율을 가중·차감하기로 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홍콩 H지수 ELS 투자 손실 배상비율은 다수 사례가 20∼60% 범위 내에 분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DLF(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 때보다는 전반적인 배상비율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배상기준안이 발표되면서 홍콩 ELS를 판매한 시중은행들이 상당한 규모의 배상액을 부담하게 됐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올해 은행별 홍콩H지수 기초 ELS 만기 도래 규모는 ▲KB국민은행 상반기 4.8조원(하반기 2조원) ▲신한은행 상반기 1.4조원(하반기 1조원) ▲하나은행 상반기 0.8조원(하반기 0.6조원) ▲우리은행 상반기 249억원(하반기 164억원)”이라며 “단순히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비율 40%를 가정한 은행별 상반기 예상 배상액은 ▲국민은행 약 1조원 ▲신한은행 약 3천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별로 수천억원에서 1조원 수준의 배상 부담을 지게 된 만큼 이익 감소와 자본비율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배상에 따른 영향은 크게 배상에 따른 손실 반영(영업외손실 혹은 충당부채)과 운영리스크 상승으로 인한 자본비율의 하락”이라며 “관련 손실은 이르면 1분기 중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이어 “보다 중요한 것은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이 결국 자본비율의 하락 요소라는 점”이라며 “불완전판매의 경우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과정에서 내부손실승수에 10년간 반영’된다. 과거 DLF 사태와 비교 시 ELS의 판매 및 예상 손실 규모가 크기에 자본비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비율이 하락하면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어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가 어려울 수 있다. 은행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주환원 기대감 저하는 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홍콩H지수 ELS 손실사태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내용 중 일부.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홍콩H지수 ELS 손실사태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내용 중 일부. 자료=금융감독원

하지만 은행주는 금융당국의 배당기준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13일 845.9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배당기준안이 발표된 지난 11일(813.20) 대비 32.70포인트(4.02%) 오른 것이다.

주요 은행지주사 주가도 마찬가지다. 홍콩 ELS 손실사태와 관련해 배상 부담이 가장 큰 KB금융의 경우 11일 7만700원에서 13일 7만7500원으로 주가가 6800원(9.62%) 올랐는데, 이는 4대 은행지주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신한(4.16%), 하나(2.18%), 우리(2.46%) 등 다른 은행지주사도 모두 배상기준안 발표 후 되려 주가가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홍콩 ELS 손실사태 관련 배상 부담은 이미 주가에 선반영돼있었다며, 실제 주주환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후 구체화될 배상안과 예상 배상 규모를 봐야 하겠지만, 크게 보면 일회성 요인인 만큼 은행주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번 이슈의 영향이 가장 큰 KB금융지주 기준, 지난해 대규모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연간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3.1조원”이라며 “올해 충당금 부담이 지난해보다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면 ELS 손실 배상액 상당 부분은 충당금 감소로 상쇄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연간 이익은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ELS 손실 배상으로 자본비율이 하락하겠지만, KB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CET-1(보통주자본비율)은 13.6%에 달해 주주환원 확대 요건(13%) 대비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라며 “타사는 ELS 배상 부담이 현저하게 낮아, 이번 사안이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민감도가 가장 높은 KB금융은 ELS 이슈가 불거진 후부터 저평가 섹터의 반등 전까지 코스피를 10%p 하회했다. 이에 5000억원대의 비용이 주가에 선반영됐다”라며 KB금융의 목표주가를 기존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김 연구원은 “(홍콩 ELS) 이슈를 감안해 올해 주주환원율을 낮춰 잡았기 때문에, KB금융의 DPS(주당배당금) 추정치를 1% 하향하는 데 그쳤다”라며 “상당 부분의 비용이 주가에 반영된 점, DPS 추정치의 변화가 적은 점을 감안해 목표 주가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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