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롯데알미늄이 양극박 및 일반박 사업을 내달 1일 분할 신설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열린 롯데알미늄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극박 사업 등을 물적 분할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제안한 물적분할 반대 안건은 부결됐다.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내용이 담긴 '물적분할 계획서 승인의 건'은 77%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광윤사를 제외한 호텔롯데·L제2투자회사 등 롯데계열사들 모두 찬성에 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친형으로 롯데알미늄 지분 22.84%를 들고 있는 광윤사의 최대 주주다. 

이에 따라 롯데알미늄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형태로 각각 독립법인이 설립된다. 양극박 및 일반박 사업 부문을 분할해 롯데알미늄비엠으로, 캔·연포장·골판지·생활용품 등 사업 부문은 롯데알미늄피엠으로 각각 분할 신설될 예정이다. 분할 대상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존속회사인 롯데알미늄주식회사가 맡는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2년 3월 동박(음극박)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그룹에 인수하며 이차전지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제품군을 분리막·전해액·양극박·음극박 등 배터리 핵심 소재로 확장하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양극박 사업을 전개하며 이차전지 분야 계열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양극박은 현재 주로 활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 요소 중 하나로, 배터리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활물질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자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한다. 높은 열전도성으로 전지 내부의 열방출을 돕는 필수 소재다.

롯데알미늄 헝가리 공장은 연간 1만8000톤 규모의 2차전지용 양극박을 생산할 수 있는 유럽 유일의 양극박 전용 공장이다.

롯데알미늄은 2020년 9월 안산 1공장의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했고 같은 해 7월 헝가리에 연산 1만8000톤 규모의 양극박 생산공장을 준공, 이듬해엔 공장 설립을 완료하며 해외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갖췄다.

또 미국 켄터키주에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3만6000톤 규모의 미국 내 최초 양극박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한다. 미국 공장이 완공되면 롯데알미늄은 연산 8만4000톤의 생산량을 갖춘다.

업계에서는 롯데알미늄이 분할을 통해 이차전지 핵심 소재 사업을 전문화된 사업으로 영위할 수 있고, 경쟁사 대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양극박 시장 점유율 확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신성장 사업인 양극박 사업에 대한 신 전 부회장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이 주주제안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정관 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물적분할로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관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은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 각자의 주식 1주당 가치를 동등하게 보호하기 위한 개념이다. 

이날 롯데알미늄 정기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되고 물적분할이 통과되자 신 전 부회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알미늄 분할계획 상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유동비율이 분할 전 약 181%에서 분할 후 약 26%로 급격히 하락해 기업가치 및 주주 지분가치의 극심한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롯데알미늄은 물적분할 시 환원정책을 공표했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주보호방안을 공표했던 포스코 등과 달리 주주보호방안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전 부회장은 과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뒤, 매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자신의 이사직 복귀안과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제출해 표 대결을 벌였으나 패배했다. 현재까지 신 전 부회장은 표대결에서 9전 9패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알미늄 관계자는 1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이번 물적분할은) 당연히 주주를 고려한 것으로 회사의 발전을 위함”이라면서 “회사가 배터리 아이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그 외에 배터리 패키지 분야도 하고 있다. 신설법인을 통해 새로운 자본 유치며 투자가 미진한 부분에 시의적절한 진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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