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NH투자증권이 차기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윤병운 부사장을 내정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이사회를 열고 윤 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1967년생인 윤 부사장은 지난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기업금융팀장, 커버리지 본부장을 거쳐 IB1사업부 대표 등을 역임하며 한 회사에서만 경력을 쌓아온‘원클럽맨’이다. 특히 윤 부사장은 현 대표인 정영채 사장과 약 20년간 호흡을 맞추며 기업금융 부문에서 실적 성장을 이끌어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현재는 IB1·2사업부를 모두 총괄하고 있다. 

내부 출신인 윤 부사장이 차기 대표를 맡게 되면서 잠시 불거졌던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의 갈등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NH투자증권 임추위는 숏리스트를 작성하며 윤 부사장과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차기 대표 후보군으로 선정한 바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꾸준히 실적을 성장시켜온 정 사장의 4연임을 점쳤으나, 정 사장이 지난 4일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예상이 복잡해졌다. 이후 ‘정영채 사단’으로 분류되는 윤 부사장이 유력한 후임 대표 후보로 거론됐지만,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변수로 떠올랐다. 비록 2012년 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농협금융지주가 독립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지만, 지분구조 상 중앙회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이 바뀌면서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대폭 교체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당시 3연임이 확정된 지 겨우 2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농협생명·손보 등 금융계열사 대표들로부터 사표를 받은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NH투자증권과 다른 농협 계열사 간의 소통과 시너지를 위해 유 전 부회장을 차기 대표로 내세웠으나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전문성을 지닌 인재가 차기 대표에 적합하다며 반대해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8년 농협에 입사해 2022년 중앙회 부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34년간 농협에서 일해온 유 전 부회장은 지난 중앙회장 선거 때 강 회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해 강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불투명한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인선이 결국 윤 부사장 쪽으로 기울게 만든 변수는 금융당국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농협은행에서 불거진 100억원대 배임사고를 계기로 지난 7일 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 검사에서 금감원은 배임사고뿐만 아니라 농협금융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이슈 전반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중앙회의 금융지주 계열사 인사 개입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해 농협생명에 이사회 구성원의 보험업 경력이 부족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경영유의 및 개선조치를 내린 바 있다. 실제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의 경우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을 거쳤지만 보험 관련 업무는 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회가 금감원의 시선을 무시하고 NH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후보로 추천된 윤 내정자는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윤 부사장이 중앙회와 지주 간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NH투자증권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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