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 엔비디아 누리집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엔비디아 누리집

[이코리아] AI 기업의 저작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시각 10일 AI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세 명의 작가로부터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소송을 제기한 것은 브라이언 킨, 압디 나제미안, 스튜어트 오난 등 세 명의 작가로 이들은 엔비디아가 자체 개발해 지난해 3월 출시한 생성 AI 프레임워크 ‘네모(NeMo)’의 학습 과정을 문제 삼았다.

작가들은 엔비디아가 네모를 훈련시키기 위해 저작권이 있는 도서 약 19만 6,640권이 포함된 데이터세트를 활용했으며, 이에 따라 도서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브라이언 킨이 써낸 ‘고스트 워크 (2008)’, 나제미안의 ‘사랑 이야기처럼 (2019)’, 오난의 ‘랍스터의 마지막 밤 (2007)’등의 작품들이 소송 대상이 된 주요 작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해당 도서가 포함된 데이터세트는 지난 10월 저작권 침해 신고로 데이터세트에서 해당 작가들의 저서를 제외했으며, 작가들은 소장을 통해 엔비디아가 이를 데이터세트에서 제외한 것은 결국 자신들이 쓴 책이 네모에 학습에 이용된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지난 3년간 지속해서 네모의 AI 학습에 자신들의 저작물이 도용되었다며 엔비디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해왔다.

작가와 창작자들이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을 문제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사라 실버만이 동료 작가들과 함께 오픈 AI와 메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이어서 9월에는 퓰리처상을 받은 마이클 셰이본, 토니상을 받은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 매튜 클램, 레이첼 루이스 스나이더, 에일렛 월드먼 등 유명 작가들이 오픈 AI와 메타를 상대로 연이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 작가조합 누리집
= 작가조합 누리집

지난해 7월에는 미국 출판 작가들의 전문 조직인 작가 조합(Authors Guild)이 AI 기업의 부당이익을 비판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서한에는 수잔 콜린스, 마가렛 애트우드 등 유명 작가를 포함해 8,500명 이상의 작가가 서명했으며, 오픈 AI, 메타, 구글, 스태빌리티 AI, IBM,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에게 전달되었다.

이들은 "AI 기술은 우리의 언어, 이야기, 스타일, 아이디어를 모방하고 되살려낸다. 저작권이 있는 수백만 권의 책, 기사, 에세이, 시가 AI 시스템의 '식량'을 제공하며, 그 대가는 아직 청구되지 않은 끝없는 식사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많은 책이 불법 복제된 것이며, AI의 상업적인 사용을 위한 데이터 학습은 공정 이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작가들의 저작물을 학습한 AI가 이를 기반으로 글을 범람시켜 결국 인간 작가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AI의 도입은 특히 젊은 작가와 소외된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가들이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사들 역시 AI가 자신들이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무단 도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뉴욕타임스가 챗 GPT의 개발사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소장을 통해 “자사가 발행한 수백만 건의 기사가 AI 훈련에 사용되었으며, 이제는 신뢰할 만한 정보 제공자로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앞서 AI 기업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협상이 결렬되자 소송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생성 AI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다수 발생한 상태다. 지난해 1월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창작자들이 그림 생성 AI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며, 몇 주 뒤에는 스톡 이미지 판매 플랫폼 '게티 이미지'가 그림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의 개발사 '스태빌리티 AI'을 상대로 영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미국 상원 누리집
샘 올트먼 오픈 AI CEO= 미국 상원 누리집

이렇게 법적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개발사들의 법적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픈 AI의 경우 20여 건의 크고 작은 법적 분쟁이 지속되고 있어 회사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픈 AI는 현재 다수의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오픈 AI의 영리화를 비판하는 소송에도 휘말린 상황이다. 머스크는 오픈 AI가 설립 초기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안전한 AI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의 반독점 규제기관이 빅테크의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상황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 AI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어 법적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미국의 반독점 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3개 빅테크와 AI 스타트업인 오픈 AI, 앤트로픽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며 경쟁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법무부의 반독점 관련 부서에 통지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영국 경쟁시장 청(CMA)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양사의 파트너십 관계를 주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ICT 매체 악시오스는 오픈 AI를 상대로 머스크가 제기한 소송은 빠르게 변화하는 생성 AI 세계에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법적 조치의 목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짚었다. 악시오스는 이 중 몇 건의 소송은 결과에 따라 회사의 사업 방식을 뒤집을  정도이며, 오픈 AI가 승소하게 되더라도 이어지는 법정 싸움으로 회사의 사업에 쏟을 에너지가 분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오픈 AI가 다른 기업보다 저작권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모델 평가 업체인 패트로너스 AI(Patronus AI)는 주요 4개 AI 개발사의 저작권 침해 정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오픈 AI가 저작권 보호에 가장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현지 시각 6일 내놓았다.

패트로너스 AI는 GPT-4(오픈 AI), 클로드 2(앤트로픽), 라마 2(메타), 믹스트랄(미스트랄 AI) 등 4개 사의 LLM을 대상으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된 책의 내용을 스스로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며 이들의 저작권 보호 수준을 평가했다.

그 결과 GPT-4가 평균 44%의 저작권 보호를 받는 콘텐츠를 생성하며 저작권 보호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믹스트랄과 라마 2는 각각 22%와 10%를 생성했으며, 클로드 2는 8%로 모두 오픈 AI보다 적은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생성했다. 연구진은 특히 클로드 2의 경우 책의 텍스트 완성을 거부하는 등 저작권 침해에 대해 높은 수준의 주의를 보였다고도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