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2024 기후정치 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2024 기후정치 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내달 10일 열리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후·환경단체들이 정치권에 ‘탈석탄’을 요청하고 나섰다. 기후 의제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후보자들도 이러한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국내 2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7일 2030 석탄발전 폐쇄에 대한 정책 제안서를 주요 정당 및 환경 분야 후보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중 석탄발전은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라며 “빠르고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석탄발전을 빠르게 폐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우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0)에서 배출량 목표를 기존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오는 2030년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제시한 바 있다. 

‘석탄을 넘어서’는 “해가 가파르게 감축되는 연도별 배출량 목표를 배출권 거래제 내에서 직접 연동하면 이행연도 후반에 급격히 감축부담이 발생해 NDC 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라며 전환부문의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정부 임기인 2027년까지 100%로 확대하고 무상할당 기준 또한 강화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이들은 2030년 탈석탄을 위한 석탄발전 폐쇄 및 에너지 전환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석탄발전의 환경비용이 증가하고 재생에너지가 점차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탄발전은 더 이상 저렴한 발전원이 될 수 없다”라며 “정부는 석탄발전 폐쇄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로드맵과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기후 공약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주요 정당은 이미 기후 관련 공약 패키지를 내놓으며 기후 의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기후 의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기후 미래 택배’ 공약을 발표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기후 공약 패키지에는 ▲올해 2.4조원 규모인 기후대응기금을 2027년 5조원 수준으로 2배 확대 ▲22대 국회 내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 설치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지원 ▲석탄발전 폐지지역의 청정수소 생산기지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기후 공약을 꾸준히 챙기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 연설에서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기존 계획보다 재생에너지를 3배 이상 확대하고, 관련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1호 영입인재로 기후·환경 전문가인 박지혜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기후 관련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가 이처럼 기후 의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기후·환경문제를 투표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로컬에너지랩, 더가능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을 경우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62.5%에 달했다. 

또한 기후 의제에 대한 관심이 높고 기후위기의 영향에 민감하며 이를 투표의 중요 요소로 고려하는 기후유권자도 전체 응답자의 3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 이상 기후·환경 의제를 선거의 부차적인 요소로 생각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이처럼 선거에서 기후 의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진 만큼, 주요 정당이 ‘석탄을 넘어서’가 제안한 탈석탄 정책을 쉽게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얼마 남지 않은 선거운동 기간 차별화된 탈석탄 공약을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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