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이코리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 부회장이 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지난 2006년 11월 부사장에서 부회장이 된 지 18년 만이다. 

신세계그룹은 8일 정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의 모친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신세계그룹 총수(동일인) 역할을 계속 한다. 백화점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정 신임회장의 동생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도 지위에 변동이 없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유통시장 체제를 뒤흔들 정도로 급성장한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계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다.

실제 신세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치 않다. 신세계그룹 앞에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 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신세계건설의 손익 악화로 연결기준으로 사상 첫 적자전환을 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8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또 온라인 쇼핑 사업인 SSG닷컴과 G마켓의 적자도 지속돼 사업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이번 정 신임 회장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

이번 회장 승진에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연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경영전략실 인사는 미래 성장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잣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경영전략실 본연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기민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연말이 아닌 3월에 단행된 이번 전격 인사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총괄회장이 정 회장의 경영권과 그룹 장악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가의 3세인 정용진 신임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동갑내기 사촌지간으로, 경복고등학교를 나와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27세의 나이에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부회장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12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남매 경영 시대'를 본격화했다. 

정 회장은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을, 동생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 부문을 각각 맡아 경영해왔다. 

한편 정 회장의 승진에도 그룹의 지분 구조에는 변동이 없다.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은 2023년 상반기 말 기준 18.56%다. 정 회장은 2020년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8.22%를 증여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이 총괄회장은 정 총괄사장에게도 신세계(백화점) 지분 8.22%를 증여했다. 정 총괄사장은 현재 신세계 최대 주주로 지분 18.56%를 보유한 상태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0%씩 갖고 남매 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의 승진으로 신세계그룹이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의 성장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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