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진=대신증권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진=대신증권

[이코리아] 증권가에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가운데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가 3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인정받아 임기가 연장됐지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전환, 실적 개선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달 29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오익근 대표이사 사장을 단독 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대신증권은 오는 21일 주주총회에서 오 대표 연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오 대표의 3연임은 증권가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연달아 자리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인 만큼 주목된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업계 ‘최장수 CEO’ 최희문 대표의 후임으로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 & Trading) 부문장이었던 장원재 사장을 내정했다. 

최근에는 SK증권이 전우종 대표와 정준호 리스크관리본부장(CRO)을 신임 대표 후보로 추천하면서, 지난 11년간 SK증권을 이끈 김신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2018년부터 6년간 NH투자증권을 진두지휘한 정영채 대표 또한 지난 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용퇴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도  한국투자증권(정일문→김성환), 미래에셋증권(최현만→김미섭·허선호), KB증권(박정림→이홍구), 삼성증권(장석훈→박종문), 키움증권(황현순→엄주성) 등이 리더십을 교체했다. 이번 인사시즌에 10대 증권사 중 7곳이 CEO를 교체할 정도로 증권가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CEO 교체에 나선 이유는 실적 부진에 따른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증시 침체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해외 대체투자 손실, 차액결제거래(CFD) 및 시세조종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 10대 증권사 순이익은 3조42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대신증권 또한 지난해 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4% 감소한 1840억원에 머물렀지만, 당기순이익은 1563억원으로 오히려 같은 기간 18.7% 증가했다. 업계 전반이 각종 악재로 역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신증권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신증권의 선전 이유로는 오 대표의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이 꼽힌다. 실제 대신증권은 지난해 증권가를 강타한 차액결제거래(CFD) 및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대신증권 또한 수익성이 좋은 CFD 도입을 위해 관련 시스템까지 마련했지만, 오 대표가 투자자 보호가 어려울 것을 우려해 도입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 

대신증권은 최근 논란이 된 홍콩H지수 ELS 또한 이미 지난 2016년 판매를 중단했다. 부동산 PF 브릿지론도 전체 PF의 10%에 불과한 수준으로 다른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한편, 세 번째 임기를 앞둔 오 대표의 과제로는 종투사 전환이 꼽힌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대신증권은 오는 4월 종투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증권사가 종투사 인가를 받으려면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야 하는데,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2조8532억원으로 연내 3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신증권은) 빠른 시일 내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을 통해 10번째 대형증권사로 지정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라며 “4분기 기준 별도 자기자본은 2.85조원인데 이는 2023년 이익잉여금, 작년 10월 계열사로부터 수취한 배당금 4800억원이 반영된 수치이며 추가 자본조달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이어 “(대신증권은) 향후 확대된 자본으로 IB 영업, 그중에서도 PBS 업무를 먼저 시작할 것으로 추측된다”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초대형 IB(자기자본 4조원 이상)  인가를 통해 발행어음 등의 신사업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