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생성한 데이터센터 그림.출처=픽사베이.
AI가 생성한 데이터센터 그림.출처=픽사베이.

 

[이코리아] 전자신문은 지난 2월 21일 서울 양재동 엘센터에서 ‘디지털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IT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 계열사들과 Dell, IBM과 같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업체들이 참가하여 효과적인 데이터관리에 대하여 설명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백업은 데이터 복구에 1~2일이 걸리기 때문에 은행의 거래원장과 같이 매우 중요한 자료를 취급하는 경우, 백업은 데이터관리에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 지난 2022년 카카오 사용자들은 판교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일부 서비스의 장애를 겪었고, 특정 서비스는 약4일간 중단되었다. 카카오그룹은 문제를 인식했고, 금융업을 담당하는 카카오뱅크는 오는 12월 AA센터를 완성한다고 한다. 

AA센터는 1대의 서버를 가동하면서 다른 1대를 재난에 대비한 스탠바이 서버로 대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2대의 서버들이 동시에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부하를 분산하는 작업까지 진행하는 개념이다. 

3월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데, 후티반군은 홍해의 선박을 공격하여 수 많은 선박들은 멀리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고 있다. 후티반군은 데이터의 혈맥과 같은 해저광케이블을 절단하겠다는 위협까지 여러 차례 지속하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이미 춘천시와 세종시 등에 2원화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단없는 서비스 운영을 위해서 독일, 싱가폴, 태국, 베트남, 일본, 미국서부, 미국동부에도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AA센터가 점차 보편화되는 동시에 혹시라도 모르는 해저케이블 절단이나 기타 통신장애에 대비하여 전세계 여러 거점에 데이터를 분산시켜 보관하는 것은 보편화되고 있다.

IBM의 27PB 저장장치. 자료=여정현 필자 제공.
IBM의 27PB 저장장치. 자료=여정현 필자 제공.

 

IT시장에서 일반적인 4.3.2. 백업원칙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4.3.2 백업원칙은 4개의 데이터 사본을 유지해야 하며, 3개의 다른 미디어, 2개 이상의 보관장소에 데이터가 보관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기본적 원칙은 더욱 정교화되고 있고, 최근의 백업원칙은 3중화, 4중화를 구성할 때 적용하는 거리와 저장 및 복원에 필요한 시간적 기준까지 자세하게 규율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액티브-액티브로 구성된 1차, 2차 서버에서 3차서버까지 데이터를 백업하는데 겨우 15초면 충분하다고 한다. 또한, 정방향의 백업뿐 아니라 역방향의 복원도 매우 짧은 시간에 진행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최근 “금융기관들이 클라우드로 백업하는 것을 원격지 보관으로 해석”해준다고 하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는데 이로 인하여 클라우드는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출처=픽사베이. 여정현 필자 제공.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출처=픽사베이. 여정현 필자 제공.

 

정부가 주도하는 클라우드-보안인증제도도 클라우드의 보급을 더욱 증진시키고 있으며, IT마이그레이션 분야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IT 마이그레이션은 다양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및 DB를 한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클라우드에 산재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때로는 유닉스에서 X86으로 데이터를 옮겨야 하고, 오라클에서 SQL로 DB를 옮길 필요도 있다. 마이그레이션은 때때로 매우 귀찮은 작업이지만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를 위하여 꼭 필요한 분야이다.

 

다수의 IT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AA(액티브-액티브)서버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며 제3백업센터도 숙지하고 있지만 데이터손실이 발생하는 원인은 작업이 귀찮고 사용자들이 게을러서이다. 카카오의 경우 2022년 일부 중단된 서비스 복원에 4일이나 걸렸는데 최근에는 네트웍 설정을 바꾸는 훈련을 년 2차례 약3주에 걸쳐서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만약 데이터 2중화에 대한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중요도를 정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중요한 시스템이라도 먼저 AA상태로 두고 3중, 4중의 복제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분명히 백업은 쉽고 복구는 어렵다. 최근에는 약간 잠잠해졌지만 몇 년 전 기승을 부리던 랜섬웨어는 데이터복구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랜섬웨어의 등장으로 이제는 데이터의 유무가 아닌 그 정합성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해킹그룹인 록빗(Lockbit)이 랜섬웨어로 네티즌들에게 입힌 손실은 1,6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록빗에 당한 기업들이 백업을 등한시하고 보안패치를 게을리한 것이 아니었다. 랜섬웨어에 감염된 데이터는 정상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복기를 마치고 활동을 시작한 랜섬웨어는 여러 기업들의 업무를 마비시켰다. 데이터 정합성의 유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문제이다.

매년 데이터의 양은 23퍼센트가 늘고 스토리지는 18퍼센트가 늘어난다고 한다. 분명히 스토리지가 20퍼센트 정도 모자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액티브로 활용되는 데이터는 빙산의 일각이기 때문에 다수는 저장공간의 부족현상에 대하여 크게 실감하지 못한다. 물밑에 있는 데이터는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수면 아래에 있는 콜드데이터도 적절하게 보관할 필요가 있다. 저렴하고 내구성이 강한 테이프드라이버가 이 작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 IBM에서 최근 출시한 다이아몬드백은 조그만 캐비넷 형태이지만 자유로운 읽기/쓰기가 가능한 용량이 무려 27PB(페타바이트=1,000테라바이트)에 달한다. 

디지털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컨퍼런스 현장.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디지털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컨퍼런스 현장.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과거에는 사람이 데이터를 생성했으나 이제는 AI가 대본을 작성하고 그림을 그리며 동영상을 제작한다. AI는 이미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물리법칙을 배웠지만 가끔은 사람의 팔다리를 3-4개로 그리기도 한다. 물론 진실성을 검증하는 AI가 투입되어 그림에서 오류를 보정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귀찮아서 콘텐츠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지만 인공지능은 불과 2~3초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산출한다. 최근 부상하는 검색증강생성 기술은 AI의 데이터생성량을 더욱 늘리고 있다.

때로는 AI가 생성하는 데이터가 조각난 유리잔의 파편처럼 완벽하지 않을 때가 분명히 있다. 인공지능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지만, 데이터의 무결성을 위해서 사람들이 데이터 라벨링으로 인공지능을 더욱 똑똑하게 만들고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엄청난 크기의 빅데이터보다 충분한 검증을 거친 굿데이터의 중요성이 더해지는 시점이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모든 일을 인공지능으로 줄여주는 것은 이미 매우 거대한 사업이 되었다. 우리는 챗GPT의 아버지라 불리는 샘 울트만이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9,000조를 투자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사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모든 설계가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재난대비 모의훈련은 1년에 한두번 정도 꾸준히 실시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시스템의 중단이나 네트웍의 차단은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연습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말단서버, DB서버, 스토리지, 네트웍, UPS와 발전기들에 대한 2중화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충분한 재난대비 모의훈련이 없다면 위기사항에서 효과적으로 문제에 대응하지 못한다.

다수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사이버침해 대응 모의훈련을 진행하는 이유는 위기대응 프로세스가 적정한지 확인하고, 담당자의 역할을 사전에 숙지하도록 하며, 개선점을 도출하여 재난복구 과정을 더욱 견고히 하고, 전체적인 재난복구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함이다.

남의 나라 일과 같은 지진해일도 벌써 한반도에 3번이나 찾아왔다. 지난 1월 동해안은 갑자기 들려온 지진해일 경보로 어수선했다. 일본 당국의 혼선은 나리타공항의 항공기 충돌 참사로 이어졌다. 예견하기 힘든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한국의 기업들은 일련의 IT 재난사태를 겪으면서 데이터센터를 지진과 화재, 전력난에 대응 가능한 통합재난복구센터로 빠르게 변모시키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데이터 보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빙산의 상부에 있는 자료들은 2중화, 3중화로 안전하게 보관할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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