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코리아] 현대자동차그룹의 2월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4%대로 소폭 둔화했다. 반면 이를 국내 완성차의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2월 한 달 동안 국내 4만7653대, 해외 26만7256대 등 세계시장에서 31만4909대를 판매했다. 2023년 2월보다 국내 판매는 26.7% 줄었고, 해외판매는 1.5% 늘었다. 국내와 해외를 합하면 4.1% 감소했다.

아산공장 전기차 설비 공사, 울산 3공장 라인 합리화 공사로 그랜저, 아반떼 등 일부 차종의 생산을 중단한 것이 판매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또 설 명절이 1월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근무일수가 줄었고 전기차 보조금 발표가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사실상 전기차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2월 국내 판매에 영향을 끼쳤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아산공장 전기차 설비 공사, 울산 3공장 라인 합리화 공사가 완료되면서 차량 생산이 정상화된데다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된 만큼 3월은 이연된 수요가 해소되며 판매가 다시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아는 2월 국내 4만4008대, 해외 19만8318대 등 세계시장에서 모두 24만2656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2월과 비교해 국내는 12.0%, 해외는 2.8% 줄었다.

다만 기아 판매는 전년 대비 줄었으나, 이는 지난해 최다 판매의 기저 효과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기아 미국 판매 실적은 역대 2월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 2월 미국 소매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6.1% 증가했다. 현대 브랜드와 제네시스 각각 5.8%, 0.3% 늘었다. 이에 양사의 판매 합계는 지난달 18개월 만에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한 달 만에 반등한 셈이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둔화보다 저평가 매력에 주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5일 보고서를 통해 “2월말 해외 마케팅에서 접한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실적 둔화보다는 저평가 매력에 주목하는 모습이었다”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응하는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중국 비중을 축소하고자 하는 일부 이머징 투자자들에게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매력적인 저평가 주식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1월 19일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발언 이후 자동차 섹터의 아웃퍼폼이 이어지고 있다. 1월 19일 이후 자동차 섹터의 수익률은 31%다. 동기간 코스피의 수익률은 8%에 그쳤다.

KB증권에 따르면 예상치보다 못한 2월 판매 실적은 현대차와 기아차 양사의 영업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 사의 대당 공헌이익(ASP - 대당 변동비)에 대한 기존 가정치(올 1분기 현대차 743만원, 기아 848만원)를 단순 적용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한 자동차 수는 예상보다 각각 3만 5993대, 1만 221대 덜 팔리면서 각각 2676억원과 866억원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실적 감소는 기업가치 저평가로 이어져 향후 실적이 개선되면 큰 차익으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책적 방향성 시사에 따른 완성차 업체의 저평가 해소에 기대감을 지속하고 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호적인 환율 지속, 우려 대비 견조한 미국 수요, 하이브리드 강세 지속과 미국의 전기차 전환 계획 연기 등 한국 완성차 업체에게는 유리한 환경”이라면서 “향후 추정치 상향 가능성을 기대해볼만 하다. 더불어 하반기 현대차 인도법인(HMI) IPO 진행 시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A3’으로 상향한 점도 인도 기업공개(IPO) 추진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지난달 7일 “글로벌 기업으로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자회사 상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상시적으로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 상기 내용과 관련하여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는 내용의 해명 공시를 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5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인도 상장 관련해서는 추가된 사항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기업공개(IPO)를 위한 초기 단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HMI는 기업가치 250억∼300억 달러(약 33조3000억∼40조 원)로 연내 상장을 목표로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인도 법인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이는 인도 시장 역대 최대의 주식 공모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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