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이코리아]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정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주주총회까지 역할을 하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며 “한동안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제 스스로를 정리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2018년 NH투자증권 대표로 취임한 이후 두 차례 임기를 연장하며 5년 회사를 이끌어왔다. 정 대표의 취임 첫해 NH투자증권은 540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이후 2019년 5754억원, 2020년 7873억원 등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다 2021년에는 1조29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 가입했다. 

2022년에는 금리상승 등으로 업황이 악화하며 영업이익(5214억원)이 전년 대비 60%나 감소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을 다시 전년 대비 39.2% 증가한 7257억원까지 끌어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5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는데, 10대 증권사 중 이보다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KB증권(3880억원, 99.2%)뿐이다. 업계 순위 또한 메리츠·삼성증권에 이어 업계 3위로, 2022년(5위) 대비 두 계단 상승했다.

취임 이후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끌어온 데다, 지난해 부동산 침체 및 해외 대체투자 부실 등으로 증권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만큼 정 대표의 4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게다가 연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제재 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정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처분받았으나, 이후 법원이 정 대표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징계 효력이 멈춘 상태다. 징계 취소 소송 자체는 진행 중이지만, 징계 효력이 일시 정지되면서 4연임 도전이 가능해진 것.

실제 NH투자증권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22일 최고경영자(CEO) 롱리스트(1차 후보자 명단)를 마련했는데, 정 대표 또한 해당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대표가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NH투자증권도 리더십 교체를 고민하게 됐다. 정 대표는 “2005년 투자은행(IB) 대표로 출발, 최고경영자(CEO)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라며 “제대로 한 것이 있는지 돌아보면서 많은 반성을 한다. 이제 우리 회사도 한 단계 더 도약을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임추위는 현재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내부인사 중에서는 정 대표와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 온 윤병운 IB1 사업부 대표(부사장)가 유력한 차기 대표 후보로 꼽힌다.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한 윤 부사장은 IB부문을 맡아 실적 성장을 이끌며 입지를 다져왔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오는 11일 취임하게 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과거에도 농협중앙회장 교체 전후로 대규모 인사 교체가 이뤄진 전례가 있는 만큼, 외부 인사가 대표로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 대표는 “금투사 CEO, 참 어려운 자리인 것 같다. 자본시장을 잘 이해해야 하고, 미래와 고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다른 금융업과는 달리 시장에서 존재해 끊임없는 변화, 가격 탐색 요구에 대응하고 시시각각 판단이 조직의 흥망성쇄와 연결돼 있어 여타의 업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소회를 남겼다. NH투자증권이 정 대표가 강조한 덕목을 갖춘 새 리더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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