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징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김무신·김승주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함 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 하나은행이 DLF 불완전판매했다며 업무 일부(사모펀드 신규 판매) 정지 6개월 및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당시 행장이던 함 회장에 대해서도 내부통제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며 문책경고를 처분했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함 회장과 마찬가지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에서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승소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금융사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는 명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손 회장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이상,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징계 처분사유로 볼 수 없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함 회장도 1심에서 승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재판부가 법리를 다르게 해석하면서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당시 재판부는 금융사가 내부통제 관련 제도를 형식적으로만 운영하거나 설정·운영기준 일부를 위반해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이 없게 될 경우도 내부통제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함 회장이 1심과 달리 2심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금융당국이 지적한 제재 사유 대부분이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10개 중 7개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금융당국의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10개 의무 중 2개 항목에 대해서만 처분이 인정된다며, 징계 수위가 과도한 만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업무 일부 정지 6개월의 제재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물론 금융당국이 대법원 상고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실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상고 여부 등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실상 같은 내용의 재판을 진행했던 손 회장이 이미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소심 판결이 뒤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지난 2022년 3월 취임한 함 회장은 임기 첫 해 3조570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하나금융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조4516억원으로 순이익이 3.3% 감소했으나 우리·농협금융과의 격차를 벌리며 KB·신한에 이어 3위 자리를 지켰다. DLF 징계 부담을 덜어낸 함 회장이 남아있는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올해 실적 반등을 이끌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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