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여섯 아이를 키우면서, 또 그들을 주체적으로 교육해 나가고 있는 아빠로서 지속적으로 느끼는 바 중의 하나는, 자녀가 있기 때문에 나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하다. 마치 자녀가 없는 사람은 미성숙하다는 표현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가 있는 모든 부모가 성숙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만 필자의 의도는 이것이다. 내가 어느 정도의 성숙의 단계에 도달한 사람이건 간에, 자녀가 있기 때문에 내게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것……. 

지나친 일반화는 삼가야겠지만, 예컨대 필자의 경우는 이런 것이다. 자녀가 있기 때문에 인스턴트 식품을 덜 먹게 된다. 나 혼자 산다면, 라면 먹고 과자 먹고 탄산음료 먹는 일이 뭐가 그리 대수랴. 하지만 자녀가 있기에, 그를 위해 나도 조금은 더 절제하게 된다. 하찮은 예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부모에게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부모의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일어날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의 욕망을 덜어내는 일, 이것이 개인의 성장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렇다. 키가 자라는 아이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키가 다 큰 어른도 평생 성장한다. 어떤 면에서, 어른들도 성장을 갈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인간의 내면에 성장을 갈구하는 DNA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대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쉽게 수긍한다. 그런데 그 반대는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바로 어른에게도 아이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들(아이들)로 인해 우리(어른)가 성장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어른과 아이는 상보적 관계이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하나 들여다보자. 징역형을 마치고 나온 출소자들의 재범률을 낮아지게 만드는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하나는 가족이 생겼을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직업을 갖게 되었을 경우라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가르침을 주는데,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점이다. 인간의 성장은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온다. 첫째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둘째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그 기여의 열매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아이가 없으면 어른도 없다. 어른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이의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른이 어른이라 불리는 것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아이들)은 우리(어른)의 존재의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이 없다면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일들 중의 상당수는 의미를 잃는다. 아이들이 없는 사회는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상상하기 힘들다. 

내가 살고 있는 시골 마을의 어르신들은 골목에서 나의 자녀들이 놀고 있는 것만 보아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나가신다. 그렇게 잠시나마 그분들을 행복하게 해 드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찌나 감사한지……. 

여러 면에서 보았을 때, 사회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섞여 살아가는 일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어른과 아이의 삶이 상당 부분 분리되어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른들은 직장에서 각각 따로 시간을 보내는 일에 익숙하다. 심지어 그런 패턴은 밤늦게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가정에서 또 사회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교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은 점차 드물어 간다. 

심지어 국가는 각 가정의 자녀 양육을 돕는 차원에서, 어른들이 더 많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더 어린 나이에, 더 많은 시간 국가가 아이를 맡아 키우겠다고 한다. 국가가 우리의 삶에 신경을 써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그것은 올바른 방향성이라 할 수 없다. 

아이를 어른에게서 분리하면,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 어른 역시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을 잃는다. 그리고 이것은 성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생활해 간다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의 소소한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에 출산율과 관련 기사를 보며, 몇몇 일반인 부모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부모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이것이었다.

“내 손으로 내 자식 키울 수 있게 해 달라. 국가가 대신 맡아서 키우려 하지 말고.”

출산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양육하는 가정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돌려주는 것이다. 자기 손으로 일 해 번 돈으로 제 자식 먹여 살릴 수 있게 하는 것, 맞벌이 하지 않아도 자녀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 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 국가는 그런 일이 시나브로 일어나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부모가 바쁘고 양육이 힘드니 국가가 부모 대신 이 사회의 자녀들을 맡아 키우겠다는 일차원적인 발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이송용 순리공동체홈스쿨 교장, 전 몽골국제대학교  IT 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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