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의 HBM3E. 출처=마이크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마이크론의 HBM3E. 출처=마이크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의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이 HBM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D램 시장을 선점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이 27일 D램을 8단 적층한 HBM3E 24GB(8Hi) 제품의 양산 시작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올해 2분기 출하 시작이 예정된 엔비디아의 H200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된다고 마이크론 측은 설명했다. H200은 엔비디아의 현재 주력 제품인 H100을 대체할 새로운 칩이다. 

마이크론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경쟁사 대비 최대 30% 낮은 전력 소비 등의 경쟁력 보유, HBM3E 36GB(12Hi) 제품의 샘플링 시작을 언급했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부사장 겸 최고사업책임자(COO)는 “HBM3E 출시로 마이크론이 속도와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 차별화된 전력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3월부터 HBM3E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HBM3E 제품 8단과 12단 모두 올해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같은 날 삼성전자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삼성전자는 24GB D램에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적용해 최대 12단까지 쌓은 5세대 HBM3E 12H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용량도 36기가바이트(GB)로 업계 최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TSV는 D램을 전극과 연결하는 수천 개의 작은 구멍으로 수직으로 쌓는 기술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TSV 기술을 이용해 3GB 용량의 24GB D램을 최대 12단까지 수직으로 쌓아 최대 용량을 구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능과 용량이 증가한 이번 제품을 사용할 경우 GPU 사용량이 줄어 기업들이 총 소유 비용(TCO)을 절감할 수 있는 등 리소스 관리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버 시스템에 HBM3E 12H를 적용하면 HBM3 8H를 탑재할 때 보다 평균 34% AI 학습 훈련 속도 향상이 가능하며, 추론의 경우에는 최대 11.5배 많은 AI 사용자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HBM3E 12H 샘플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HBM 경쟁 증가에 대한 우려보다는 질적 성장 포인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HBM3E 본격 양산 시작을 전망한 시장 조사기관들의 기존 예상 수준으로, 경쟁자 진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2024년 HBM에 대한 포인트는 경쟁 심화가 아닌 생산성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제고 수준 여부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면서 “AI를 기반으로 한 HBM의 양적 성장세를 인지한 구간에서, 수익성 격차에 따른 질적 성장의 뒷받침 여부에 대한 관심도가 점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업체가 2024년 HBM에 대한 협의가 이미 종료되었다고 언급한 상황과 캐파(Capa) 증설 계획도 이를 기반으로 한다면, 2024년 물량 관점에서 업체 간 점유율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차세대 AI 반도체 양산 시장이 본격화되는 것에 발맞춰 정부는 올해 한시적으로 HBM 기술과 관련한 시설투자에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28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HBM은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마이크론이 HBM3E를 양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다만 우리가 먼저 시장을 선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HBM의 공급이 늘다보면 기본 단가는 아무래도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HBM도 세대별로 출시되는데, (시장은) 첨단 제품 공급을 통해 프리미엄 효과를 누릴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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