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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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애플이 10여 년간 진행해 온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 '애플카'의 개발을 포기했다. 블룸버그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2021년부터 애플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제프 윌리엄스 애플 COO는 내부 발표를 통해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종료했으며, 약 2,000명의 직원 중 상당수는 AI 부서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람보르기니, 테슬라 등 주요 차량 제조사의 임원을 영입하고 지난 2019년에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닷AI (Drive.ai)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만 45,000마일 (약 7만 2천 Km)이상의 자율주행 시험을 실시하는 등 최근까지 개발을 이어왔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는 최근 상황에서 애플카는 애플의 차기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던 프로젝트였다.

외신들은 애플이 자율주행 개발을 포기한 이유로 자율주행 기술의 구현이 애플의 예상보다 어려웠으며, 최근 자율주행차량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계속된  구조조정과 전략 변경으로 애플카 출시 계획은 여러 차례 지연되었으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원래 애플카는 2025년 정도에 출시될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애플은 레벨 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레벨 2 수준의 ‘고급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탑재하는 정도로 하향 조정하며 출시 일정을 2028년으로 미룬 바 있다.

지지부진한 개발에 애플카를 개발하던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애플카 개발을 주도하던 더그 필드 부사장은 지난 2021년 애플을 떠나 포드로 이직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타이탄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임명되어 오랜 기간 애플카 개발에 참여해 온 DJ 노보트니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애플을 떠나 전기차 기업 리비안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 샌프란시스코 시민단체 ‘안전한 거리 시위대(Safe Street Rebel)’ 누리집
= 샌프란시스코 시민단체 ‘안전한 거리 시위대(Safe Street Rebel)’ 누리집

최근 자율주행에 대한 회의론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애플의 사업 철수로 자율주행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기업의 자율주행 개발 상황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 버지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낙관적인 예측이 그동안 자율주행 산업이 투자받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점차 자율주행차가 단기간에 실전에 투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퍼져나가며 업계에 투입되는 자금이 고갈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인간 운전의 개입 없는 완전 자율주행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율주행 전문가인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는 딥러닝을 통해 자율주행 AI를 학습시키는 것은 일종의 암기에 불과한데, 도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무한대에 가까운 특이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의 구현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험주행을 진행하며 대표적인 자율주행 실증기업으로 꼽히던 GM의 자회사 크루즈는 지난해 10월 인명사고를 일으킨 뒤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서비스를 중단하고 경영진을 교체하고 전체 인력의 4분의 1을 해고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또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를 운행하던 또 다른 기업인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운행 서비스를 더 넓은 지역으로 확장하려고 했지만, 캘리포니아주가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잇따라 벌어진 사고로 로보택시에 대한 반발과 우려가 커지면서 다른 지역이 로보택시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연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주행 상황에서 다양한 변수가 생겼다.”라며 “대책을 찾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상품성을 갖추려면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또 중국 최대의 전기차 제조사인 BYD의 대변인은 지난해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 “인간의 심리, 윤리, 규제, 기술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할 때 완전자율주행의 기술적 구현은 잘못된 목표다.”라며 “수많은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점만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애플카를 개발하던 인원들이 생성 AI 부서로 재배치되면서 애플의 생성 AI에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플에서는 현재 존 지안안드레아 구글 전 AI 부사장이 머신러닝, AI 전략 부문 담당 임원으로 AI 개발을 총괄하고 있으며, 팀 쿡 애플 CEO는 현재 애플이 AI 분야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고 실적발표에서 밝히기도 했다. 애플은 올해 안에 소비자에게 생성 AI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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