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 픽사베이

[이코리아]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의 달 탐사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까지 달 착륙을 성공시킨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5개국뿐이며 모두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지만 이제는 민간 기업들도 달 착륙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유럽우주국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예정된 민간 기업과 정부의 달 탐사 계획은 100여 개에 달한다.

BBC는 이런 달 탐사 경쟁을 두고 ‘문 레이스 2.0 (Moon Race 2.0)’이라고 칭했다. 미국의 마지막 ‘아폴로 미션’으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 달이 다시 우주 프로젝트의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셸 핸론 미시시피대학교 항공우주법 센터 전무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달이 인류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핸론 이사는 "인류는 우주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우주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달에 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주의 모든 광대한 부를 향한 디딤돌이다."라며 달에는 각종 희토류 금속과 헬륨-3과 같은 희귀 원소가 매장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헬륨-3는 차세대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 주목받는 자원이다. 1g의 헬륨-3을 핵융합 발전에 사용하면 석탄 40t에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이나 방사능도 배출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헬륨-3이 달 표면에는 100~200만 톤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물 역시 중요한 자원이다. 지난 2008년 브라운 대학교 연구진은 달 표면 샘플에서 수소를 발견했으며, 2009년에는 인도의 찬드라얀 1 탐사선이 달 표면에서 얼음을 발견했다. 얼음은 특히 달의 남극 지역에 대부분 분포해 있어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은 달의 남극 지역에 착륙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만약 달에 존재하는 얼음의 양이 충분하다면 달 탐사, 기지 건설을 위한 식수로 활용하거나 장비 냉각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또 얼음을 분해해 연료용 수소와 호흡용 산소를 생성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달 기지가 우주 탐사의 전초기지로 거듭나는데 물의 존재는 필수적인 것이다.

= 인튜이티브 머신스 X 갈무리
= 인튜이티브 머신스 X 갈무리

최근 세계 각국은 잇따라 달 착륙을 성공시키고 있다. 먼저 미국은 최근 민간 기업의 달 탐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우주국이 진행 중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은 2026으로 연기되었지만, 수많은 미국의 민간 기업들이 달 탐사 계획을 진행 중이다.

현지 시각 22일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제작한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달 착륙에 성공하며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민간 기업으로 떠올랐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에 따르면 오디세우스는 달 남극에서 300km 떨어진 ‘말라퍼트 A 충돌구’에 착륙했다.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오디세우스는 달 표면에 착륙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착륙한 뒤 옆으로 쓰러진 것이다. 다만 무선 안테나가 지구로 데이터를 송신하고 있으며, 태양전지 역시 충전이 가능한 상태라 임무 수행은 가능하다는 것이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설명이다. 

이번 임무는 미국 항공우주국이 진행 중인 ‘CLPS(상업용 달 페이로드 서비스)’ 프로그램의 일부다. 오디세우스에는 나사의 관측 장비 6개가 탑재되어 있으며,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이를 달로 수송하는 대가로 1억 1,8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2024년에는 총 6회의 CLPS 임무가 계획되었으며,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올해 두 개의 임무를 추가로 수행할 예정이다. 또 텍사스에 위치한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올해 안에 달 탐사를 진행하게 된다.

일본은 지난달에 소형 달 탐사선 ‘슬림’의 달 착륙에 성공하며 다섯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되었다. 슬림은 달 적도 부근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가 기체가 기울어져 태양전지가 작동되지 않아 반쪽짜리 성공으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29일 극적으로 다시 교신에 성공하며 달 표면 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 2013년과 2018년에 각각 창어 3호와 창어 4호를 달에 안착시켰으며, 2020년에는 창어 5호가 달에서 시료를 채취해 가져오는 것에도 성공했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달의 남극을 탐험할 창어 6호를 발사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이어서 창어 7, 8호를 발사하며 달 기지 건설을 위한 구조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인도는 지난해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달에 안착시켜 미국, 소련, 중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되었다. 찬드라얀 3호는 달의 남극 지역에 착륙했으며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추진 모듈과 연계해 탐사 활동을 진행중이다. 인도 우주기구는 현재 2040년까지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종합적인 우주 탐사 로드맵을 구상중이다. 

= 뉴시스
= 뉴시스

우리나라 역시 정부 주도로 달 탐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10년간 약 6,300억 원을 달 탐사에 투자할 계획이다. 먼저 1.8t 규모의 달 착륙선을 개발한 뒤 2031년에 달 착륙을 검증하기 위한 연착륙 검증선을 발사하고, 2032년에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할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한국의 우주계획을 주도할 우주항공청 역시 5월 출범을 앞두고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임기제 공무원 등의 채용 공고를 내 본격적인 인력 모집에 나선다. 정부는 달 탐사, 화성 탐사 등 우주 임무 중심으로 분야별 전문가 채용을 고려 중이다.

= 인튜이티브 머신스 누리집
= 인튜이티브 머신스 누리집

한편 달 탐사 경쟁에 어느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우려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먼저 상업 광고에 대한 부분이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의 표면에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컬럼비아’의 로고가 새겨지며 주목받았다. 컬럼비아의 로고는 추진 탱크를 보호하는 열 반사 필름 위에 새겨져 있다. 컬럼비아가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제휴를 맺어 제공한 단열재에 컬럼비아의 로고가 새겨진 것이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번 사례가 최초의 달 광고의 사례라며 우주의 상업적 이용이 더욱 확대되면 맥도날드가 달에 광고판을 세우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우주 탐사와 관련된 거버넌스의 필요성에 대한 재고가 다시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달에서 나오는 자원의 채굴 허용 여부와 소유권에 대한 논쟁 역시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1966년 체결된 우주조약은 어떤 국가도 달이나 다른 천체에 대한 주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우주 탐사는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수행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1979년에는 어떤 국가, 정부 또는 회사도 달의 자원과 토지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하는 달 협정이 체결되었다.

하지만 해당 조약에는 공백이 너무 많아 구속력이 없으며 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도 있어 효과적인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체결된 아르테미스 협정 역시 중국, 러시아는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