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NH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서 이석준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지주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NH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서 이석준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지주

[이코리아]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첫 성적표를 받았다. 업황 악화에도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며 선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5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적은 순이익을 거두며 5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2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0.2%(3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사 대부분이 역성장의 덫에 빠진 상황에서 성장세를 유지한 만큼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한 곳은 KB금융(11.5%)과 농협금융 두 곳뿐이다. 신한·하나금융은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각각 6.4%, 3.3% 감소했다. 농협금융과 4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우리금융은 순이익이 같은 기간 19.9%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실적 선방을 이끈 동력은 ‘비은행·비이자이익’으로 요약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1조6859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6577억원) 대비 156.3%나 증가한 것이다. 농협금융은 “연초 대비 주가상승 등으로 인한 유가증권 운용이익 확대와 수수료이익의 증가로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비은행부문에서는 증권과 손해보험의 선전이 눈에 띈다. 비은행 자회사 중 가장 기여도가 높은 NH투자증권은 WM·IB·운용부문에서 고르게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3.4% 늘어난 55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손보 또한 14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대비 26.7% 증가한 것이다. 

반면 농협생명(1817억원)과 농협캐피탈(855억원)은 순이익이 2022년보다 각각 16.3%, 17.1% 감소했다. 다만 증권과 손보가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비은행부문 기여도는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27.4%를 기록했다. 

비은행 자회사의 선전과 비이자이익의 뚜렷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4위 탈환에 실패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2조51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농협금융을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4위를 지켰다. 

하지만 4위 우리금융지주와의 순익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비은행 부문이 선전하고 있는 만큼 올해 4위 자리를 되찾아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협금융 실적에는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이 반영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농협금융이 지난해 중앙회에 납부한 사업비는 총 4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늘었다. 농협지원사업비 납부 전 순이익으로 환산하면 오히려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앞서게 된다.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의 선전을 이끈 비이자이익 성장세가 올해도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수익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2022년 증시 침체로 비이자이익이 급감한데 따른 기저 효과로 인한 것이다. 2022년 유가증권 운용이익이 급감하면서,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62% 줄어든 6577억원까지 떨어졌다. 기저효과가 사라진 올해도 비이자이익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이석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AI)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미래 준비의 핵심 요소로 지목하고, “사업과 서비스 전 영역에서 생성형 AI를 실장(實裝)하는 준비를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라며 “농협금융은 ESG를 경영과 사업에 실질적으로 접목하는 원년으로 생각하고, 진심을 가지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첫해 성적표를 받아든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올해는 4위 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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