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코리아]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또다시 연기됐다.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2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과 사외이사 선임 등 오는 3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 올릴 안건을 심의했지만, 이재용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없었다. 

삼성전자가 이 회장의 등기이사 건 추진을 공표한 적은 없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지난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1심 무죄 판결 이후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로 재판을 이어가게 되면서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가 미뤄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이에 대해 삼성 외부 감시 기구에선 이 회장의 복귀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3기 첫 정례회의에 출석해 개인적 의견임을 밝히면서 “책임 경영을 좀 더 강화하는 의미에서 등기이사로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시점에서 복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등기이사 복귀 여부)은 경영적인 판단의 문제고 주주나 회사 관계자,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준법감시위원회로서 그 부분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준법위 측은 21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20일 이찬희 위원장이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현장에 온 기자들에게 발언한 것이 맞다. 하지만 명확한 위원회 전체의견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 회장 등기이사 안건을 제외하고 주총 안건을 의결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준법위 측의 ‘이 회장의 적절한 시점 복귀’라는 언급이 올해 진행될 대형 인수합병(M&A) 이나 신기술 투자건의 진행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찬희 준법위 위원장은 지난 2기 시절 삼성을 '항공모함'에 빗대며 콘트롤타워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과 통일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또 지난달 31일 연임 확정 이후 “지배구조 개선이나 컨트롤타워 등 2기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다”며 “3기에서는 더 진일보해 그 동안 시간적, 물리적 한계로 다루지 못했던 것을 할 것”이라고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미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5월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인공지능(AI)와 로봇, 6G, 바이오, 전장 등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국내 투자 규모는 360조원으로 전체 투자의 80%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투자를 통해 국민 소득 증대와 경제 발전을 이끌어 가는 '선순환 구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실적 악화 등 어려움을 겪으며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로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 주주들의 신뢰 회복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대형 M&A가 거의 막바지 단계에서 무산된 것으로 안다. 상장기업의 경우 인수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는 등의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한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대형 인수·합병(M&A) 준비를 착실히 해왔으며 올해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투자 성과가 가시화하려면 이 회장의 리더십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장 오디오 자회사인 하만의 인수 이후 7년째  대형 M&A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여유자금은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보유액은 79조6900억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장의 공백 탓이다. 이에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의 무기한 연기로 앞으로 삼성전자의 대형 M&A 등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이사회는 신임 사외이사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를 내정했다. 조 후보는 한국로봇학회장을 지낸 로봇전문가로, 현재 현대건설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조 후보는 미래 먹거리 산업인 로봇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토대로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 조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외이사 중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임기가 각각 다음달 22일 끝나는데, 신 전 위원장과 조 교수는 그 후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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